[대일논단] 얼굴은 말하기와 글쓰기이다

조용림 목원대 스톡스대학 기초교양학부 교수 2022. 11. 2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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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림 목원대 기초교양학부 교수

우리는 아침마다 세수하고, 머리를 감는다. 거울 앞에서 단장하고 옷매무시를 가다듬으며 나갈 채비를 한다. 왜 그럴까? 다른 사람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이거나 제 모습에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 그럴 것이다. 필자는 나갈 채비를 하기 전 꼭 거울 앞에 서서 얼굴을 살핀다. 필자는 외모 중 얼굴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외모지상주의를 논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얼굴'은 '나의 삶의 이력서'이기 때문에 그렇다.

얼굴은 '얼(정신)'과 '꼴(형태)'의 결합이고, 이력서(履歷書)를 한자로 풀이하면 '신발을 신고 지나온 길'이라는 뜻이 있다. 이력서는 자신의 이력을 세세하게 적은 것이고, 얼굴에 드러난 표정은 자기 삶을 보여주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얼굴은 표정에 따라 감정 표현을 하고, 눈동자는 움직임에 따라 심리 상태를 표현하고, 코의 벌렁거림이나 입술의 벌린 모양에 따라 '나'를 드러내고 있다. 어떤 '나'를 드러낼 것인가는 오롯이 '나'의 '얼'과 '꼴'에 따라 선택된다. 그렇다면 얼굴을 포함한 외모를 화장이나 좋은 옷 등으로 바꿀 수 있을까? 바꿀 수 없는 대신 인상을 바꿀 수 있다.

첫인상이 결정되는 시간을 우리나라에서는 3초, 서양에서는 조금 더 긴 27초라고 한다. 첫인상 결정 요인에는 얼굴, 표정, 걸음걸이 등 시각적 정보가 약 55%를 차지하고, 그 다음으로 목소리, 말하기 방법 등 청각적 정보가 38%를 차지하며, 대화 내용, 인격 등이 나머지 7%를 차지한다. 우리가 외모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시각적 정보를 더욱 돋보이게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어떤 화장을 할지, 어떤 머리 모양이 좋은지, 어떤 옷을 입을지 아침마다 거울 앞에서 자기 외모를 탐색하고 있다.

필자는 외모가 뛰어나지 않다. 그렇다면 첫인상에 실패한 사람인가? 그 일례로 사춘기 시절 외모를 꾸미면 꾸밀수록 초라해지는 나를 발견했고, 꾸미는 기술도 없어서 나만의 방법을 찾았는데, 그 방법이 바로 내면 탐색이었다. 내면을 탐색할수록 자연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얼'이다. '얼'을 수양하는 것은 거창한 그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다. 평소의 생각을 메모하고, 메모한 것을 가다듬어 글이나 말로 표현하는 것 역시 좋은 '얼' 수양 방법이다. 어려운 전공서, 고차원의 철학 서적을 읽는 것도 좋지만 쉽게 접할 수 있는 교양서적, 신문 등을 읽는 것이다. 무엇이든 읽고 생각하고, 메모하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인문학적 소양을 넓고 깊게 확장하여 자연스럽게 '얼'을 수양할 수 있다.

'얼' 수양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생각하고, 메모하고, 정리한 것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라는 것이다. 말과 글로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압축하여 세 가지만 소개한다.

첫째, 누구에게 무엇을 쓸 것인지 구체적 단어로 표현하라. 누구에게 말하는지 독자를 분석하는 것이고, 구체적 단어와 핵심 문장으로 주제를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글의 목적이 명확하여 명문장이 아니라도 글의 의미가 전달된다.

둘째, 생각은 덩어리지어 표현하라. 글쓰기에서는 문단을 구분하는 것이고, 말하기에서는 쉼을 표현하는 것이다. 문단은 생각의 덩어리이고, 그 생각의 덩어리는 메시지의 개수가 된다. 문단을 나눈 글은 의미 맥락이 드러나게 되고, 쉼을 가진 말은 빠르거나 느리게 속도를 조절하여 생각의 덩어리를 전할 수 있다. 문단을 나누어 글을 쓰고, 쉼이 있는 말을 하게 되면 독자와 청자는 한 번에 내용 파악이 가능하다.

셋째, 글은 고쳐 쓰고, 말은 높낮이를 구분하라. 글쓰기는 반드시 수정하고, 말하기는 높낮이를 통해 강약이 필요하다. 어느 소설가는 천 번을 고쳐 쓴다고도 한다. 전문 작가가 아닌 사람은 고쳐쓰기를 통해 핵심 내용을 전하도록 하며, 말하기는 강약 조절을 통해 청자를 졸음에서 깨워야 한다.

자기 이력서를 한순간에 채울 수 없듯이 가치관, 인성, 감정, 인격 등이 표현되는 얼굴도 한순간에 바꿀 수 없다.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얼굴을 탐색하듯, '얼(정신)'을 가다듬는 좋은 말과 글을 읽고, 생각하고, 메모하고, 정리하여 '꼴(형태)'을 바꾸자. 말과 글은 바로 그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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