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기불황에도 車판매는 불티”…정부, 5년째 승용차 개소세 인하 ‘마침표’ 가닥

세종=박소정 기자 2022. 11.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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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월 종료 예정’ 자동차 개소세 5→3.5% 조치
文 임기 내내 이었지만…“더이상 연장 없다” 분위기
승용차 내수 판매 8~10월 연속 증가 등 호조 ‘한몫’
관련 세수 매년 1조원가량…재정건전성 회복 일환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해 지금껏 이어온 ‘승용차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조치를 올 연말 예정대로 종료하는 것으로 정부가 가닥 잡았다. 승용차 개소세 인하는 경기불황 때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쓰는 대표적인 카드인데, 현재 자동차 내수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어 연장할 필요가 희미해지면서다.

이전 정부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이유로 소비를 반등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며 동원한 각종 세금 감면 혜택들을, 비로소 정상화하겠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건전성 회복 기조와도 연결되는 사안이다.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출고센터에서 생산을 마친 '토레스' 차량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 호조세 띤 자동차 내수 판매에 “연장 필요성 낮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24일 “연말 종료 예정인 승용차 개소세 인하 조치의 연장 여부는 내달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면서도 “현재 경기가 안 좋아도 승용차는 잘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살 사람이 없다면 개소세를 감면해주는 것이 맞지만, 살 사람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라 지금으로선 연장의 필요성이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승용차 개소세는 당초 5%가 부과돼야 하나, 현재는 3.5%를 적용해 100만원 한도에서 인하해주는 조치가 시행 중이다. 이른바 개소세 30% 인하 조치다. 예를 들어 출고가 3000만원짜리 승용차를 사면 개소세로 150만원을 내야 하는데 이를 105만원으로 45만원 깎아주는 것이다. 개소세 감면 이전에 비해 비영업용 승용차의 실부담액은 출고가액의 최대 2.3%가 인하되는 셈이다.

정부가 더 이상 연장 조치를 이어가지 않으리라는 것은 자동차 내수 판매가 최근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8월 13만1638대 ▲9월 14만242대 ▲10월 14만4363대 등 3개월 연속 증가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내수 판매량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인 건 지난 2020년 11월 이후 약 2년 만의 일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월 평균 9~11만대 정도로 예년보다 저조한 판매량을 보였지만, 연말이 다가올수록 더욱 잘 팔렸다.

그 중에서도 친환경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는 모양새다. 올해 1~10월 친환경차 누적 내수 판매는 36만대로, 이미 전년도 연간(35만대) 실적을 추월했다. 사실상 자동차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출고가 지연된 것으로 인한 기저 효과를 뛰어넘는 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전기차 주차장에서 차량들이 충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 변수는 고금리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내년 국내 자동차 내수 판매는 올해 예상치보다 0.6% 감소한 166만대로 전망되고 있다. 금리가 치솟으면 중산층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감소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 공급 부족 완화와 수백만대에 달하는 대기 물량을 고려하면 그 영향이 덜할 것이라는 분석도 동시에 제기돼, 승용차 개소세 연장의 근거로서는 다소 설득력이 약하다는 의견도 있다. 더욱이 신차 출고대기 장기화로, 소비자에게 개소세 인하 혜택을 주기 위해 무작정 연장에, 연장을 거듭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픽=손민균

◇ “연장에 또 연장, 정책 반감 부작용…재정건전성도 해쳐”

승용차 개소세 인하 조치는 사실상 문재인 정부 내내 이뤄진 것이기도 하다. 5년 임기 내에서만 4년가까이 적용됐다. 2018년 7월~2019년 12월, 그리고 2020년 3월부터 현재까지다. 가장 최근의 인하 조치는 코로나 사태에 소비가 움츠러들자 나온 단기 경기 부양책의 일종이었다. 지난 5월 정권이 바뀌었지만, 윤석열 정부 역시 이 조치를 일단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물가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데 따라 ‘서민 생활 물가 안정 대응 조치’로서였다.

승용차 개소세 인하는 사실 불황기 때마다 단골 메뉴처럼 등장했다. 이번 조치를 포함해 과거 8차례 시행됐을 정도다. 1998년 외환위기, 2001년 미국 9·11테러,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2012년 유럽발 재정위기, 2015년 메르스(Mers) 사태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최근 2018년 7월~2019년 12월(17개월)에 이어 2020년 3월~2022년까지다. 각각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고조와 코로나 사태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번 조치를 올해 연말까지 시행하면 34개월(2년10개월) 간 이어온 것인데, 이는 과거와 비교해도 역대 최장 기간이다.

개소세 인하는 시행령 개정 사안이라 정부의 판단만으로 즉시 시행이 가능하다는 편리함에 자주 남발되지만, 바로 그 이유 탓에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개소세 인하가 끝나더라도 또 인하될 것이라는 인식이 반복되면 향후 이를 회복시켰을 때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동차 개소세 인하와 관련해 더 이상의 연장을 추진하지 않는 것은, 재정건전성 확립 기조를 내건 이번 정부에서 비효율적이고 단기적인 부양책 동원을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정부가 승용차에 부과하는 개소세로 거둬들이는 세수는 연간 1조원 내외로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지난해의 경우 9215억원이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체 개별소비세에서 승용차 개소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10분의1 정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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