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회’ 에인절스의 겨울 행보, 성공으로 이어질까[슬로우볼]

안형준 2022. 11.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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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에인절스가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LA 에인절스는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안타까운 팀 중 하나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가장 크기 때문.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당대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성적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현역 최고의 선수는 누가 뭐래도 단연 마이크 트라웃이다. 데뷔 12년만에 350홈런을 터뜨렸고 데뷔 첫 9년 동안 신인왕, MVP 3회를 기록했다. MVP 투표 2위만 4번을 기록한 트라웃은 올스타에 10번 선정됐고 9차례 실버슬러거를 수상했다. 벌써 bWAR 82.4를 기록한 트라웃은 지금 은퇴한다고 해도 명예의 전당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선수다.

오타니 쇼헤이는 2020년대 메이저리그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2018년 신인왕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지난해에는 투타 겸업을 완벽하게 성공시키며 만장일치 아메리칸리그 MVP도 수상했다. 올시즌에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규정이닝, 규정타석을 모두 충족시키는 기염을 토했고 MVP 투표 2위, 사이영상 투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고의 선수를 둘이나 보유했지만 벌써 7년 연속 루징시즌을 기록했다. 2014년 마지막 포스트시즌을 경험했고 2015년 이후로는 한 번도 승률 5할을 넘기지 못했다. 2018-2021년 4시즌 연속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4위에 그친 에인절스는 올해 3위로 한 계단 올라섰지만 1위(HOU)와 승차가 무려 33경기였다. 에인절스는 대권에 전혀 근접하지 못하는 팀이었다.

MVP를 둘이나 보유하고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시즌이 계속됐고 에인절스는 이제 여유가 없는 상황이 됐다. 아트 모레노 구단주는 거듭된 실패에 지쳐 구단 매각 추진을 선언했고 특급 스타인 오타니는 팀의 연장계약 논의를 거절하고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 트라웃은 어느새 30대에 접어들어 이제 중반을 바라보고 있다. 올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는 오타니가 그대로 떠나버린다면 에인절스가 대권을 차지할 확률은 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TOP 100 유망주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가 단 한 명 뿐인 에인절스는 그동안 팀 성적이 좋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망주 '팜'마저도 황폐하다. MLB.com이 지난 8월 선정한 '팜 랭킹'에서 에인절스는 전체 최하위에 그쳤다. 특별하게 기대할 '미래 전력'이 있는 것도 아닌 만큼 자칫 긴 '암흑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사실상 2023시즌은 에인절스에게 마지막 기회다.

문제는 그렇다고 올겨울에 '올인'을 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미 구단주가 구단 매각 추진을 선언한 입장에서 시장에 거액을 투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MLB.com에 따르면 에인절스 페리 미나시안 단장은 모레노 구단주가 '통상적인 오프시즌 비지니스'를 계속하도록 허락했다고 밝혔지만 3년 전처럼 시장에 몇 억 달러를 쏟아부을 수는 없다.

결국 운신의 폭이 제한된 상황에서 어떻게든 우승 전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에인절스는 MVP를 둘이나 보유했지만 전력에 '구멍'이 많다. 선발과 불펜, 야수진 어느 하나 완전한 곳이 없다.

에인절스는 오프시즌 초반부터 착실하게 움직이고 있다. 11월 17일(이하 한국시간) 좌완 선발투수인 타일러 앤더슨과 3년 3,900만 달러 계약을 맺었고 이틀 뒤에는 미네소타 트윈스로와 1:1 트레이드로 내야수 지오바니 어셀라를 영입했다. 그리고 23일에는 밀워키 브루어스에 세 명의 투수를 내주고 외야수 헌터 렌프로를 영입했다.

세 선수는 모두 에인절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자원이다. 앤더슨은 대단한 커리어를 가진 선수는 아니지만 2022시즌 LA 다저스에서 30경기 178.2이닝 15승 5패,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하며 뛰어난 성과를 냈다. 앤더슨이 규정이닝, 10승, 3점대 평균자책점만 기록해줄 수 있다면 에인절스는 '원투펀치'라 부를 수 있는 투수들을 보유하게 된다.

어셀라는 최근 4년 동안 435경기 .290/.336/.463 54홈런 217타점을 기록한 선수. 대단한 거포는 아니지만 정교한 타격 능력과 여러 내야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활용도를 가진 선수다. 제러드 월시, 데이빗 플레처, 루이스 렝기포, 앤서니 렌던으로 구성된 내야진에서 '주전급 유틸리티 백업' 역할을 맡을 수도 있지만 어느 포지션의 주인이 되기에도 충분한 기량을 가졌다.

렌프로는 확실한 장타력을 가진 선수다. 빅리그에서 7시즌을 보낸 렌프로는 400타석 이상을 소화한 5번의 시즌에서 모두 26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아주 정교한 타자는 아니지만 오타니와 트라웃에게 집중된 장타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선수다. 뛰어난 수비수는 아니지만 에인절스의 오랜 고민이었던 외야 공백을 충분히 채워줄 수 있는 선수다.

3년 전 렌던에게 2억7,500만 달러를 투자하며 '물량 공세'에 나섰던 에인절스는 이제 '가성비'를 추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에인절스는 세 선수를 영입하며 3,900만 달러를 썼고 마이너리그급 투수 4명을 포기했다. 합류한 세 명의 기대치를 감안하면 준수한 행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에인절스는 어느 때보다 신중한 겨울을 보내야 한다. 과연 그동안 보여온 '화려함' 대신 실속을 추구하고 있는 에인절스가 남은 오프시즌을 어떻게 보낼지, 마지막 기회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에인절스타디움)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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