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시론] 스마트폰 속 아이들의 세상 바라보기

송정섭 입력 2022. 11. 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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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정섭 춘천 석사초 교사 (휴직)

6학년 아이들을 맡고 한달쯤 지났을 때였다. 반에는 둘이면 둘, 셋이면 셋 단짝친구로 늘 붙어다니는 몇몇이 있기 마련인데 가영이와 지수도 이런 케이스였다. 학기 초부터, 아니 지난 학년부터 코드가 잘 맞았던 두 아이는 새 학기 초반부터 이른바 ‘절친’을 유지하더니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처럼 한달 내내 꼭 붙어있었다.

그랬던 그들의 관계가 갑자기 한순간에 깨진 사건이 있었다. 어이 없게도 메신저 앱에서의 말다툼이 그 원인이었다. 여느 때처럼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 아이들을 만났을 때였다. 가영이와 지수 사이에 냉랭한 기운을 바로 느낄 수 있었는데, 둘은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은채 데면데면 하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이 둘의 사정을 알고있는 듯했지만 굳이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서로 다르게 어울리며 하루를 보냈다.

내내 붙어다니던 두 친구가 주말을 기점으로 전혀 모르는 사이같은 남남이 되어버린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이 황당한 장면을 그냥 넘길수 없었기에 방과 후에 따로 불러 상담했다.

“무슨 일이니?”

처음엔 주저하면서 말을 아끼던 두 아이는 금세 자신들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제가 고민이 있어서 이야기를 했는데 지수는 장난으로 받아들이고 짜증난다고… 나중에는 안 좋은 말까지 하고요.”

“아니 짜증난다고 했던 건 다른 얘기였고 갑자기 정색하면서 저한테 뭐라 하니까…”

이야기인즉슨 이랬다. 가영이는 남자친구 관련된 고민이 있어서 지수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지수가 답장하는 문자가 너무 장난처럼 보여서 서운했고, 지수는 짜증난다는 이야기는 집에서 엄마가 잔소리를 하는 것이 짜증난다는 의미였는데 가영이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화를 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대화. 고민을 이야기하고, 장난치고, 화내고, 서로 토라지는 모든 의사소통은 우리가 자주 쓰는 그 메신저 앱에서 이루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고 귀여운 사건이지만, 그 당시만 해도 나는 어이가 없어 조금 화까지 났다. 가영이와 지수 둘 다 서로 만나서 이야기 한 것도, 전화통화를 한 것도 아닌 오직 메신저 앱으로 이런 대화를 주고 받다가 ‘친구관계가 끝날정도’까지 사이가 틀어졌다는 것이다. 그렇게나 친했던 두 친구가 메시지 몇개로 이렇게 사이가 멀어지다니….

둘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 하나 번갈아가며 들려주었다. 그리고 눈을 보고 목소리를 들으면서 상대방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해보고,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사과하는 것이 어떻겠냐며 아이들에게 제안했다.

상담 이후 아이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언제그랬냐는 듯 이전의 관계로 돌아갈 수 있었다. 나는 둘에게 다음부터는 진지한 이야기를 할때는 꼭 만나서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일러두었다.

스마트폰 없이는 살기 힘든 세상이다.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생활 곳곳에 자리잡아 스마트폰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손안에 든 스마트폰 세상이 현실인지 가상인지, 뭐가 진짜이고 가짜인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조그만 액정 안에서 보이는 글자 몇 개와 이모티콘 몇개가 상대방의 전부처럼 보였을 수 있다. 건조하게 보낸 메세지 하나가 마치 나를 거부하는 언어폭력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스마트폰 안의 몇 글자 메시지로는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기도, 전달하기도 어려울텐데 말이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서는 점점 더 가상세계의 범위가 넓어질텐데… 그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진실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까?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을 순 없겠지만, 메신저 앱 세계 안에 푹 빠져있는 아이들이 한걸음 밖으로 나와 서로 눈도 바라보고, 부대끼기도 하고, 웃음소리도 나누면서 좀 더 진짜 현실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얼마 전 사람들이 자주쓰는 메신저 앱이 멈추는 큰 사건이 있었다. 그 정지된 시간동안 아이들의 세계에는 어떤 균열이 일어났을까? 멈추는 시간은 짧았지만 아이들이 그 균열을 통해 현실에서 친구를 바라보는 여유가 조금이나마 더 생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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