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보유세… 한가람 84㎡ 133만원, 은마는 146만원 줄어든다

정순우 기자 2022. 11. 24. 03: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시가격 인상안’ 사실상 폐기

1주택자의 내년 주택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한결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도 부동산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2020년 초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정했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말 도입해 최근 2년간 급격한 보유세 증가를 가져온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사실상 폐기된 셈이다. 정부는 또 올해 한시적으로 45%로 낮춘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세금 산정 때 공시가격 반영 비율)을 내년엔 더 내리기로 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모습./뉴스1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는 23일 이런 내용의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 계획 및 2023년 재산세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년 아파트 공시가격은 평균적으로 시세의 69%로 책정된다. 이전 문재인 정부 계획대로라면 2023년엔 시세의 72.7%가 돼야 한다.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시세의 60.4%가 아닌 53.6%로, 토지는 애초 계획(74.7%)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낮은 65.5%가 적용된다. 지난 5월 정부 출범 때부터 준비한 보유세 부담 완화 정책 중 국회 동의 없이 손볼 수 있는 공시가격 제도부터 대폭 고친 것이다.

올 들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가 8% 가까이 내리면서 내년도 공시가격이 하락하고, 현실화율 인하 효과까지 더해져 보유세 부담은 눈에 띄게 줄어들 전망이다.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모의 계산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내년 재산세와 종부세가 446만원이 아닌 361만원으로 80만원 넘게 줄어든다. 3년 전인 2020년 세금(343만원)과 비슷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시장 상황에 맞도록 공시가격을 책정해 국민 부담을 줄이고, 종부세 완화 내용을 포함한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애초 문재인 정부가 세운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르면, 올해 평균 71.5%였던 아파트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은 내년 72.7%로 올라갈 예정이었다. 특히 15억원 넘는 고가 아파트는 현실화율이 내년 84.1%로 대폭 올라 최근 집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내년 보유세는 더 오르는 구조였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도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면서 주택 보유자들은 재산세나 종부세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680만원 낼 뻔했던 보유세, 547만원으로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팀장의 모의 계산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전용면적 84㎡를 가진 1주택자 보유세는 올해 599만원에서 내년 547만원으로 8.7% 줄어들 전망이다. 집값이 내리기도 했지만, 해당 주택에 적용되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6%포인트 가까이 내린 영향이 크다. 만약 정부의 현실화율 조정이 없었다면 내년 세금은 680만원으로 올해보다 80만원 정도 늘어난다. 주택 시장 침체에도 세금을 더 내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 내년 보유세는 애초 245만원에서 209만원으로 줄어들고,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799만원에서 653만원으로 100만원 넘게 세금이 줄어들 전망이다. 두 아파트의 2020년 보유세는 각각 175만원, 565만원이었다. 현실화율 하향 조정으로 세금이 3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날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정안과 함께 재산세 경감 방안도 발표했다. 올해 한시적으로 1주택자의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45%로 낮췄는데, 내년에는 4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방침이다. 또한 향후 주택 시장이 과열돼 공시가격이 올라도 재산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도록 과세표준의 연간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과표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보유세 부담을 근본적으로 낮추기 위한 세제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내년도 종부세 공제액을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고, 세율도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세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전년 대비 보유세 부담 상한액도 현재 2주택 이하 150%,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0%인데 이를 주택 수와 무관하게 150%로 조정할 계획이다.

◇“공시가 현실화 계획 폐기해야”

부동산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부세 과세를 포함해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토지 보상 등 행정제도 67개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이 중 보유세가 가장 민감한 이슈여서 정부는 급격한 집값 등락에 대비하기 위해 대체로 공시가격을 시세보다 30% 이상 낮게 유지해 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집값보다 공시가격이 너무 낮아 조세 형평에 어긋난다며 2030년까지 현실화율을 90%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여기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2020~2021년 2년 연속 전국 아파트 공시가격을 거의 20%씩 올렸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재산세가 배 이상 오르고, 1년 사이 종부세가 4~5배씩 뛴 1주택자가 속출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완화 정책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각종 조세와 사회보장제도에 활용되는 공시가격이 급등하면 사회적 부담도 늘어나기 때문에 현실화 계획 수정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당장 올해부터 보유세를 줄일 수 있던 조치들이 무산된 것은 아쉽지만, 내년부터라도 공시가격이 정상화되면서 보유세를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부작용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수연 감정평가학회장(제주대 교수)은 “주택 가격별로 현실화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납세자를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는 정책”이라며 “주택별 현실화율이 제각각이고, 시세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문제도 있어 계획 자체를 폐기해야 하지만 법 개정이 필요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2024년 이후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내년 하반기 중 수립할 방침이다. 현실화율 최종 목표를 90%에서 80% 이하로 낮추고, 목표 달성 시점도 당초 2030년에서 2040년 이후로 늦추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랑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내년 이후 부동산 시장과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높아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시세 조사의 정확성 개선 등 전문가들 의견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