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새… 비흡연자 니코틴 검출 급증

선정민 기자 2022. 11. 2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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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담배의 습격] [3] 보이지 않는 간접흡연

최근 3년 새 영유아와 초등학생, 성인 비흡연자에게서 검출된 니코틴 물질이 최고 80%가량 큰 폭으로 증가했다. ‘냄새 맡는 것 등을 통해 간접흡연을 경험했다’는 설문조사 응답은 10년째 줄어드는데, 비흡연자 소변을 채취해 검사해보니 이런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 새 전자 담배가 급속히 보급된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가정·사무실·공공장소 등에서 ‘냄새가 약한 간접흡연’이 확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2020년 국민환경보건기초조사를 통해 만 3세 이상 미취학 아동의 소변에서 검출한 코티닌 농도가 1.87μg/L(리터당 마이크로그램)으로 2015~2017년 조사(1.05 μg/L)에 비해 78% 증가했다. 코티닌은 니코틴 대사 산물로 간접흡연을 측정하는 지표다. 초등학생에서 채취한 코티닌 수치도 3년 동안 1.2 μg/L에서 1.67 μg/L으로 39% 늘었다. 더 이른 시기부터 조사한 성인 비흡연자는 2012~2014년 1.38μg/L에서 1.87μg/L(2015~2017년), 2.08μg/L(2018~2020년)으로 6년간 51% 늘었다.

인제대 의대가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비흡연자의 간접흡연 수치가 2016년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는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간접흡연 경험이 줄었다’는 설문 조사 추세와 배치되는 결과다. 김수영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전자 담배 도입 이후 금연 구역 내에서 연기나 냄새가 덜 난다는 이유로 몰래 피우는 일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2015년 담배 가격 2000원 인상과 맞물려 액상 전자 담배가 급속히 확산했다. 2017년엔 궐련형 전자 담배가 출시돼 현재 점유율이 14%에 달한다.

전자 담배의 ‘몰래 흡연’은 “냄새가 덜 난다”는 이유 등으로 공공연히 이뤄져 더더욱 문제다. 실제 아파트 화장실·베란다를 통한 ‘층간 간접흡연’으로 인한 분쟁이 적지 않다. 담배 연기와 증기가 배기관, 환풍구, 창문과 현관 등을 통해 다른 공간으로 침투하기 때문이다. 공동주택 금연 구역은 복도·계단·엘리베이터·지하 주차장 등 공용 공간에만 적용된다. 직장 사무실·회의실 등에서도 간접흡연이 종종 적발된다. 일부 흡연자가 “전자 담배는 냄새가 거의 안 난다”고 하지만, 비흡연자 상당수는 “비릿하고 역한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서울아산병원·서울대병원·강북삼성병원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 담배 사용자 10명 중 8명은 ‘최근 한 달간 금연 구역 내에서 몰래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몰래 사용한 장소는 집 안(51.2%), 차 안(45.3%), 실외 금연 구역(36.1%), 직장 실내(25.5%), 술집(23.3%), 식당(16%) 등이었다.

길거리도 간접흡연을 피하기 어렵다. 질병청 시험 결과, 액상형 전자 담배는 실외 흡연 시 초미세 먼지(PM2.5)가 한 개비(액상 0.2g)당 17만2845㎍(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으로 궐련(1만4415㎍)의 12배 발생했다. 궐련형 전자 담배도 3명이 피우면 미풍(초속 1.8m)이 불 때 반경 10m 이상까지 기준치를 초과하는 대기 오염을 유발했다. 간접흡연은 그 자체로 확실하게 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원(源)’으로 분류된다. 성인의 관상동맥 질환과 뇌졸중, 여성의 생식기 기능 저하, 신생아 돌연사, 청소년 폐 기능 부전 등도 일으킨다. 의료계를 중심으로 “금연 구역 확대 정책을 이어가고, 지자체의 단속 등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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