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팀워크는 스타보다 강하다

이영빈 도하/스포츠부 기자 2022. 11. 2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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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우승 후보로 꼽히는 팀엔 세계 축구를 주름잡는 수퍼스타가 한둘 있기 마련이다. 스타들이 팀 동료와 함께 서로 존중하며 플레이할 때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호나우두·히바우두·호나우지뉴가 활약하며 우승을 일군 2002년 브라질, 폴 포그바와 킬리안 음바페가 호흡을 맞춘 2018년 프랑스가 그 사례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 출신들이 파벌을 지어 반목한 2014년 스페인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 경기.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후반 1-2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 뒤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있다. 메시 뒤로 마라도나의 사진이 걸려 있다./연합뉴스

이번 대회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똘똘 뭉치기는 했다. 11명 모두 대단한 선수지만 ‘스타의 스타’ 리오넬 메시에게 말 그대로 충성을 바쳤다. 월드컵 트로피를 아직 들지 못한 메시에게 기필코 우승을 안겨주자고 결의를 다졌다.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는 “메시를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이라는 출사표를 내놨다. 이런 선수가 한둘이 아니다. 미드필더 로드리고 데 폴은 과거 “메시가 요청하면 전쟁에도 참전할 수 있다”고 했다. 중세시대 주군을 지키는 기사들이 남긴 말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지난 22일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에서도 이들은 메시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메시가 공중볼을 경합해야 하는 상황이라도 오면 어디선가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나타나 공을 쳐냈다. 선수들은 메시 대신 몸을 날려 잔디에서 뒹굴었다. 공을 잡으면 무조건 메시를 찾았고, 여의치 않아야 다른 곳으로 패스를 건넸다. 전반 10분 메시가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었을 때만 해도 이들의 기세는 등등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며 경기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골을 몰아 넣을 것 같았던 아르헨티나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당황한 듯 허둥지둥하면서도 여전히 메시만을 찾았다. 메시는 기대에 부응하려 부지런히 움직였으나 역부족이었다. 결국 후반에 2골을 연달아 내주고 1대2로 졌다.

아르헨티나는 11명 선수가 각자 역할을 동등하게 수행하는 대신, 메시 한 명을 맹목적으로 추종한 결과 팀 플레이가 삐걱댈 수밖에 없었다. 메시가 “나의 마지막 월드컵” “내 꿈을 이룰 마지막 기회” 같은 개인적 소망을 피력하자 대표팀이 이를 목표로 정했다. 선수들은 몸이 부서져라 투혼을 보였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날 완벽한 오프사이드 트랩을 선보였다. 수비 라인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일(一)자로 유지해야 하는 전술이다. 수비수 4명이 한 몸처럼 움직였다. 아르헨티나의 오프사이드 10개를 유도했고, 3골을 허사로 만들었다. 공격에서도 좋은 자리에 있는 선수에게 공을 양보해 더 좋은 기회를 만들어냈다. 결국 유럽파 선수 한 명 없는 나라가 월드컵 우승 후보를 꺾는 역사적 대이변을 일으켰다. 개인이 아닌 팀이라는 지향점을 제대로 유지한 끝에 세상이 놀랄 성과를 일궈냈다. 팀워크는 스타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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