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 프로젝트·커튼 푯말 등 환자 중심으로 생각했죠”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2022. 11. 2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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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장 세계 최우수 의료서비스賞 받아
국제병원연맹 총회에서 최우수 의료 서비스 병원상을 받은 세브란스병원 하종원 원장이 환자들의 쾌유를 기원하는 카드를 붙여 놓는 소원 트리(tree) 앞에 서 있다. /김지호 기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아랍에미레이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2022 국제병원연맹 총회에서 세계 최우수 의료서비스 제공 병원으로 선정됐다. 국제병원연맹은 2015년부터 의료기관 역량, 비전 및 전략, 분야별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우수 병원을 선정, 시상하는데 세브란스병원이 금상 최고상을 받은 것이다. 총회에는 35국 400여 병원이 참여했으며, 한국은 세브란스와 명지병원(의료종사자 우수복지 부문상) 두 곳이 수상했다. 국내 의료기관 최고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종원 세브란스 병원장이 수상을 이끌었다. 그는 전 세계 의대생이 배우는 내과 교과서 ‘해리슨’에 심장판막질환 연구 논문을 올린 명의다. 심장에 부담이 가해진 상태를 보기 위해 세계 최초로 자전거를 타며 시행하는 심장초음파 검사법도 개발했다. 그는 담배 피우는 심장병 환자가 오면, 이를 차트에 기록해 두고 환자를 만날 때마다 ‘담배 끊으셨습니까?’를 묻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 원장은 병원에 다양한 환자 존중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대표적인 것이 입원 환자가 잠을 잘 자게 함으로써 회복을 돕는 ‘꿀잠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야간 소음과 조명을 최소화했다. 하 원장은 “의료진에게 알리는 병원 방송도 밤 9시 이후에는 응급 상황 아니면 하지 않도록 했다”며 “병실이 조용한 공간이 되도록 하기 위해 각종 오물 처리 시간을 낮으로 바꾸고, 병실 화장실에 소음 방지대를 설치하고, 침대나 카트에서 발생하는 잡음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의료진과 환자 측에 야간 통화를 자제하는 휴대전화 에티켓도 전파시켰다. 그러자 입원환자 만족도가 60%에서 90%로 상승했다.

세브란스병원은 환자 프라이버시 지켜주기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환자들이 검사나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체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병실과 검사실 커튼마다 열기 전에 환자 동의를 구하라는 ‘커튼 푯말’을 설치했다. 대학병원 입원 환자들의 최대 불만이 의사가 언제 회진을 도느냐는 것. 이에 병원은 회진 게시판을 운영하여 회진 시간 안내를 하고, 여기에 환자나 보호자가 궁금한 내용을 미리 메모해서 붙여 놓으면, 회진 때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공복 탈출 프로그램도 인기가 높다. 하 원장은 “각종 검사나 시술로 장시간 금식을 하게 되면 환자는 갈증이나 입마름, 공복감, 불안과 긴장 등의 불편을 느끼게 된다”며 “수술이나 검사를 앞둔 환자들에게 당질 보충 음료를 제공하여 공복 불편감을 해소했다”고 말했다. 하 원장은 2020년 12월 거의 모든 병원들이 천막 치고 하던 코로나 선별진료소와 검사실을 2억5000만원 들여 실내로 개조하여 환자들이 추위에 떨면서 기다리지 않게 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암 치료를 위해 3000억원을 들여 중입자 방사선 치료기를 도입하고 내년 초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내서 처음으로 시행한 로봇 수술은 이제 3만례가 넘었다. 상급종합병원 최초로 진료 일정을 관리해주는 ‘인공지능(AI) 세라봇’도 들여와 진료에 필요한 정보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하종원 원장은 “환자 존중과 첨단 의술 제공이 대학병원 운영의 두 축”이라며 “신의료 기술 도입을 통해 난치성 질병 치료에 힘쓰면서, 환자가 중심이 되는 병원 진료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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