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울산시 K팝 사관학교 조성사업 허망한 이유

방종근 기자 2022. 11. 2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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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 전 시장 때 추진했던 ‘제조서비스융합 중소벤처 지식산업센터’(이하 지식산업센터) 조성사업이 최근 전면 백지화 되면서 울산시는 이미 확보한 국비 48억 원을 반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사업은 송 전 시장 재임 당시인 지난 2019년 착수했다. 중구 성남동 옛 중부소방서 부지에 지식산업센터와 청소년문화회관 및 성남 119안전센터 등 3개 시설을 입주시키는 게 골자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7월 착공해 오는 2024년 9월 준공해야 한다.

하지만 센터는 현 김두겸 시장 취임 이후 전면 백지화됐다. 예견된 것이라 놀랄 일은 아니다. 김 시장은 시장 후보시절 지식산업센터 대신 K팝 사관학교를 만들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지원사업에 선정된 사업이라 시는 설계 및 건축비 명목으로 135억 원의 국비를 이미 확보했다. 이 중 58억 원을 교부받아 10억 원은 설계비로 지출했고, 나머지 48억 원은 미집행 상태다. 사업이 백지화 됐으니 시는 남은 48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 48억 원 중 2020년 확보한 국비 33억 원은 연말까지 반납해야 하고, 이듬해 확보한 15억 원도 추가로 돌려줘야 한다. 이미 지출한 설계비 명목 10억 원까지 정부가 인정하지 않을 경우 58억 원 전액 반납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K팝 사관학교 조성은 본격화 될 전망이다. 연내 용역에 착수할 것이라 아직 구체적인 사업내용은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김 시장 임기 내인 2026년까지 조성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현재 K팝은 K드라마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류를 쌍끌이 하는 대표 문화장르다. 울산에 K팝 사관학교가 만들어져 세계가 주목하는 스타들을 육성 배출한다면 상상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다. 울산은 그동안 문화의 불모지 소리를 많이 들어왔던 터라 더욱 그렇다. K팝 메카로 변한 울산의 도시 이미지는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수많은 팬이 울산을 찾으려 할 것이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제조업 중심의 주력산업 구조에 문화·관광이라는 세련미를 더한 새로운 문화가 합쳐진다면 전 세계 어디에도 볼 수 없는 드림시티가 될 것이다.

공상은 여기까지 하고 현실적 문제를 짚어 보자. K팝 사관학교가 들어설 옛 소방서 부지는 총 3017㎡다. 단순히 생각해도 음악실 녹음실 합숙소 등 예비 K팝 스타를 육성할 수 있는 시설이 집적될 공간이 들어서기엔 충분한 부지 규모인지 의문이다. 구도심 한복판 시장 부근이라 접근성이 좋다고 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울산에 K팝 아이돌 육성을 위한 소프트웨어가 거의 부재 상태라는 것은 심각한 핸디캡이다. 서울 등 수도권과 달리 예술고 하나밖에 없는 울산에서 하루아침에 충분한 소프트웨어가 갖춰지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저 건물 하나 짓고 기본적인 시설만 조성한다고 될 일일까. 울산에 K팝 사관학교가 생겼다고 해서 역량 있는 아티스트나 매니지먼트를 할 수 있는 인력들이 곧바로 노크를 해올까.

현재 한국의 K팝은 민간 K팝 사관학교라 할 수 있는 국내 4대 기획사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과 외형적 비교를 해보면 울산시의 K팝 사관학교 조성 꿈은 다소 허망하기까지 하다. 세계적 K팝 스타 BTS를 탄생시킨 하이브는 불과 지난해 7월 코스피에 상장했지만 현재 시가총액 5조6645억 원의 슈퍼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됐다. 트와이스가 있는 JYP는 2조1121억 원, 전 세계 가장 많은 유튜브 구독자를 가진 블랙핑크 소속사 YG는 7665억 원이다. 1조7586억 원으로 시총 3위인 SM엔터테인먼트는 연평균 전세계 오디션 응모자 수가 17만 명을 훌쩍 넘고, 소속 가수를 포함한 직원만 500명 이상이다.


대중음악은 문화예술 분야 가운데 가장 탄탄한 역동성과 창의성이 생명인 분야다. 연습생 육성에만 최소 2~3년 걸리는 건 기본이다. 음악과 안무를 기획 제작 상품화해 홍보하고 유통까지 더해지는 그야말로 복합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과연 이런 일들을 지자체 주도로 설립될 울산 K팝 사관학교가 해낼 수 있을까. 진짜 혈세만 낭비한 허망한 도전이 되지 않도록 울산시와 김 시장이 깊은 고민을 해봐야 할 문제다.

방종근 부국장·울산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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