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어떤 뇌과학자가 될까?

2022. 11. 23.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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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단순 치매 연구 아냐
생물·의학·인지·공학 나뉘어
AI, 뇌과학 융합연구의 정수
자신의 적성·꿈 맞춰 준비를
수능이 끝나고 본격적인 입시철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뇌과학자의 전망에 대해 묻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나 대학 진학에 앞서 전공 선택을 고민하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뇌과학자의 전망에 대해 알아보려면, 우선 먼저 뇌과학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뇌과학 하면 생물학의 한 분야이거나 치매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뇌과학은 매우 다양한 학문 분야가 어우러진 대표적 융합학문이다. 뇌과학의 세부 분야를 설명하자면 크게 4개 분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신경생물학이다. 뇌과학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분야로, 신경생물학자는 대개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연구를 수행한다. 다음으로, 뇌과학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치매와 같은 질환을 연구하는 뇌질환 분야가 있다. 뇌질환 연구자는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은 물론 다양한 뇌의 이상을 연구하며, 질환 기전을 연구하여 이를 조기에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따라서 신경생물학과 뇌질환을 전공하는 뇌과학자에게는 해부, 생리, 발생, 유전 등에 대한 지식과 연구가 필수적이다. 세 번째로는, 신경생물학 연구로부터 축적된 지식을 기반으로 인간의 고등 인지기능을 이해하는 인지과학 분야가 있다. 인간의 고등 인지기능을 이해하자면, 우선 감각, 지각, 학습, 기억, 의사결정 등에 대한 연구는 물론 인간 사고의 정수인 수학과 물리학, 그리고 논리학에 철학, 인류학, 역사학 등도 함께 고민하는 거시적 접근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뇌연구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거나 뇌연구를 통해 축적된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뇌공학 분야가 있다. 뇌공학자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과 같은 뇌를 연구하기 위한 장비를 개발하거나, 다양한 뇌과학 지식을 활용하여 인공와우와 같이 우리에게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기도 한다. 따라서 기본적인 공학 지식은 물론 컴퓨터과학, 정보처리와 알고리즘, 코딩 등에 대한 전문지식이 필수적이다.
문제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대학원장·뇌과학과 교수
누군가 미래 뇌과학자를 꿈꾼다면, 먼저 어느 분야 뇌과학자가 되길 바라는지와 그 길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 고민하고, 그 여정에 필요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에 미래 뇌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1980년대부터 기존 학문과 분리하여 뇌과학의 전문화를 추진한 미국의 환경을 살펴보면서,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현재 대략 미국 150여개 대학원에 뇌과학 관련 전문학과가 개설되어 있다. 대학원생들의 학부 전공을 살펴보면 흥미롭게도 생물을 전공한 학생들이 가장 많기는 하지만 전체의 23%에 불과하다. 나머지 80% 가까운 학생은 물리, 화학, 심리학, 공학 등을 전공한 학생들이다. 학부에 뇌과학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대학은 대략 27개에 불과하다. 즉 뇌과학은 생물학의 연장이 아닐 뿐더러 학부에서 다양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지향하는 융합학문이라는 점이다.

반복하지만 뇌과학은 다양한 학문 분야가 물리적으로 엮이고 화학적으로 융합된 학문이다. 따라서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져서는 미래 사회에 필요한 뇌과학자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대표적 뇌과학 연구 분야로 주목을 받는 인공지능(AI) 연구를 살펴보자. AI 연구야말로 뇌과학 융합 연구의 정수일지도 모른다. 그럼 뇌과학자들이 꿈꾸는 궁극의 차세대 AI는 어떤 형태일까? 아마도 사람처럼 감각시스템을 이용해 능동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정보화하고 지식으로 저장하고 활용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유연하게 반응하는, 사람 같은 AI 혹은 뇌를 닮은 AI가 아닐까? 이런 AI를 개발하려면 뇌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는 신경생물학, 인간의 다층구조 신경망 기반 고등 인지 사고를 연구하는 인지과학, 그리고 AI의 기반이 되는 컴퓨터과학을 융합해야 할 것이다. 과연 그런 일이 가능은 할까? 이 질문의 답이 궁금한 분들에게, 소년 체스 챔피언이며 컴퓨터게임광으로, 인지과학 박사이자 알파고를 탄생시킨 컴퓨터 과학자, 데미스 하사비스 박사의 여정을 살펴보길 제언하며 글을 마친다.

문제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대학원장·뇌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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