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의 ‘마지막 당부’ “백신 꼭 맞으세요”

김서영 기자 2022. 11. 2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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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코로나19 대응 진두지휘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마지막 브리핑에 나섰다. 워싱턴 | AP연합뉴스
대통령 7명 거치며 37년간 ‘외길’
미국 방역 정책 상징하는 인물로
트럼프 성급한 방역해제에 맞서

미국 코로나19 대응을 진두지휘한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82)이 22일(현지시간) 퇴임을 앞두고 마지막 브리핑에 나섰다. 38년간 미국 전염병 퇴치 최전선에서 일했던 그의 마지막 당부는 “백신을 맞으라”였다.

AFP통신에 따르면 파우치 소장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데이터를 보면 심각한 질병과 사망을 예방하는 데 백신 효과가 매우 크다”며 “우리는 이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연단에서의 마지막 메시지는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자격을 갖추는 즉시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백신 접종자가 미접종자보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14배 낮다고 언급하며 “다른 백신과 달리 코로나19 백신의 보호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진다”며 추가 접종을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6주간 코로나19 백신 접종 캠페인’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파우치 소장은 1940년 뉴욕 브루클린의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1966년 코넬대 의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아 1968년 미 국립보건원(NIH) NIAID 임상연구원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파우치 소장 스스로는 1981년 당시 ‘게이 암’으로만 알려졌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연구하게 된 것을 경력의 전환점으로 꼽는다. 그는 HIV가 인체의 면역체계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규명에 나섰으며,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치료제의 일종인 지도부딘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에이즈와의 전쟁에 나서고부터는 1980년대 정부의 에이즈 정책을 비판하는 활동가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BBC에 따르면 파우치 소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창밖을 내다봤더니 사람들이 연막탄을 던지고 있었다. 경찰이 체포하려 하자 나는 ‘그들과 이야기하도록 내 사무실로 데려오라’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에이즈 환자에 대한 포용을 비롯해 에이즈 신약 임상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도록 정부를 설득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 최고 영예인 미 대통령 자유훈장을 받았다.

파우치 소장은 1984년부터 38년간 NIAID 소장을 역임했다. 그 사이 거쳐 간 대통령만 해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부터 총 7명이다. 에이즈뿐만 아니라 에볼라 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 탄저병 등도 도전을 안겼다.

가장 최근엔 코로나19를 맞아 다시 미국 방역정책을 상징하는 얼굴로 떠올랐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2020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하자 “공상적”이라고 반박한 것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해 4월 성급하게 방역조치를 해제하려고 하자 이를 반대한 것 또한 파우치 소장이었다. 이처럼 대립각을 빚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우치 소장을 해고하겠다고 위협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파우치 소장의 얼굴을 본뜬 양말이 제작될 정도로 신망을 얻었다.

파우치 소장은 곧 퇴임을 앞두고 있다. 이미 지난 8월 “경력의 다음 장을 추구하기 위해 올해 12월 모든 직책을 내려놓을 것”이라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서도 백신 접종을 강조한 데 이어 퇴임 소회를 언급했다. 파우치 소장은 ‘무엇이 그의 유산으로 남기를 원하느냐’란 질문에 “내가 지난 세월 동안 매일 해왔던 것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바쳤다”고 답했다.

백신의 질병·사망 예방효과 입증
사상 차이로 접종 거부 안타까워
온라인 잘못된 건강 조언 주의를

그는 가장 어려웠던 일로 미국이 정치적 노선을 따라 양극화되고 분열된 점을 꼽았다. 파우치 소장은 “공공보건과 전혀 상관없는 이유로 이데올로기 차이나 분열 때문에 백신을 맞지 않는 이들을 보자면 의사로서 고통스러웠다”며 “당신이 극우 공화당 지지자이든 극좌 민주당 지지자이든 (환자인 이상) 내게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온라인에서 잘못된 건강 조언이 퍼지는 것을 두고도 주의를 당부했다.

파우치 소장은 은퇴 후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앞으로 있을지 모를 전염병 퇴치에 계속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말해왔던 모든 것을 방어하고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숨길 것 또한 없다”고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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