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사라진 해조류…북상하는 소라

문준영 2022. 11. 23.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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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 [앵커]

제주 바다가 점차 뜨거워지면서 제주 해녀들의 주 수입원인 소라도 점점 서식지를 옮기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120km 넘게 북상하고 있는데요.

문준영 기자가 실험을 통해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서귀포 동쪽 해안마을.

해녀들이 물때에 맞춰 바다로 향합니다.

새하얗게 변한 바닷속에 검은 점처럼 보이는 성게가 지천에 널려있습니다.

제주에서는 소라 다음으로 해녀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성게.

해녀들은 애써 잡은 성게를 어선에 싣더니, 뭍으로 가지 않고 옆 바다로 이동합니다.

가득 들어찬 성게 망사리를 바다에 내던지고, 물속에선 해녀가 망사리 밑을 열어젖히며 성게를 뿌립니다.

성게를 해조류가 있는 곳으로 옮겨주는, 이른바 '성게 들이치기' 작업입니다.

마을 어장의 갯녹음 현상으로 성게가 먹을 게 없어지자 먹이가 있는 곳으로 옮겨 내년 봄까지 성게를 살찌우려는 해녀들의 자구책입니다.

[송명자/온평리 해녀 : "속 내장밖에 없어요. 살 안 찌는 동네 성게는 보면 새까맣고 내장밖에 없어. 먹은 게 없어서. 내년에 잡을 게 없으니까 올해는 이동시켜놨다가 내년 4월 되면 잡을 거에요."]

먹이가 되는 해조류가 사라지면 소라와 성게 같은 저서생물은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소라는 10년간 무려 124km나 북상하기도 했습니다.

울진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km 떨어진 왕돌초.

취재진은 소라의 북상 경로를 따라 이곳에서 채취한 소라와 동해, 제주 등 6개 해역의 소라 상태를 비교해봤습니다.

실험 결과 제주산 소라가 동해보다 평균 1cm 가량 작았고, 평균 무게도 33g로 17g이나 덜 나갔습니다.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먹이원을 확인하기 위해 위내용물도 살펴봤습니다.

석회조류가 검출된 건 왕돌초를 제외하면 제주가 유일합니다.

왕돌초에선 해조류인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가 모두 검출됐는데 제주산에선 일부만 발견됐습니다.

[강도형/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연구소장 : "수온 상승이 이뤄지면서 해조류가 사라지고 있는 지역은 석회조류들을 많이 섭취하고 있었고요. 해조류가 풍부한 동해안 지역에서는 잘 먹고 성장이 고르게 잘 진행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갈수록 뜨거워지는 바다, 제주 해양 생태계는 위기에 직면해있습니다.

KBS 뉴스 문준영입니다.

촬영기자:양경배

문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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