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코로나 속 24일 거리응원…“즐길 것” “시기상조”
경찰관·기동대·특공대 투입
대규모 군중 관리 대책 내놔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홍역을 치른 경찰이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카타르 월드컵 거리응원전을 앞두고 인파 관리 대책 마련에 나섰다. 참사의 충격과 코로나19 유행이 여전한 상황에서 열리는 거리응원전을 두고 시민 반응은 엇갈렸다.
경찰청은 한국 대표팀 예선 1차전 우루과이와의 경기가 열리는 24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 1만5000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23일 예상했다. 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 2만명, 전북 전주대 대운동장 2000명 등 전국 12곳에서 4만여명이 거리응원을 펼칠 것으로 봤다.
경찰은 이들 응원 현장에 경찰관 187명, 9개 기동대, 특공대 18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광화문광장에는 경찰관 41명과 8개 기동대, 특공대 18명이 배치된다. 행사 종료 후에는 퇴장로를 별도 지정하고, 인근 유흥가 인파도 관리한다.
붉은악마 측도 광화문 응원장에 배치하는 안전관리 인력을 기존 150여명에서 34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세종대왕 동상 앞에 설치할 예정이던 주 무대도 동상 뒤편 육조마당으로 옮기기로 했다.
월드컵 거리응원을 하루 앞둔 이날 시민들의 표정은 둘로 나뉘었다. 광화문에서 거리응원을 즐길 것이라고 밝힌 대학생 김모씨(20)는 “월드컵 거리응원에 관해 얘기만 많이 들었지 직접 참여해본 적이 없다”며 “코로나19 거리 두기도 해제된 만큼 사람들과 함께 월드컵을 제대로 즐겨보고 싶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지현씨(29)는 인파 사고 우려에 대해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또 안전관리를 못한다면, 그건 정부의 문제가 아니겠나”라며 거리응원에 찬성했다.
반면 프리랜서인 도모씨(28)는 “제일 크게는 압사 등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는 것과 코로나가 다시 활개치는 상황에서 우려가 크다”며 “이태원 참사를 비롯해 사회적 문제들이 스포츠 응원 열기로 지워져 버리는 것도 걱정된다”고 했다. 주부 김모씨(55)는 “아무래도 거리응원은 시기상조 같다”며 “가족들한테도 그날 광화문 쪽은 가지 말고 집에서 같이 축구를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거리응원 대신 소규모 응원전을 택한 시민도 눈에 띄었다.
직장인 김나림씨(35)는 “지인 부부와 집에서 함께 축구를 보기로 했다”며 “남편이 아직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아 사람이 많은 곳은 위험할 것 같다. 시간도 오후 10시라 그리 늦지 않다고 생각해 지인들을 초대했다”고 말했다. 1인 가구인 취업준비생 김모씨(25)는 “집에서 보는 대신에 화상회의(줌) 프로그램을 통해 친구들과 같이 응원을 하기로 했다”며 “이태원 참사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거리응원은 시기상조라 생각해 조용히 월드컵을 즐길 생각”이라고 했다.
이유진·박하얀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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