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00일 다 되도록…여당만 만나는 윤 대통령
협치 실종된 일방 소통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을 한다고 대통령실이 23일 밝혔다. 넉 달째 한 달에 한 번꼴로 여당과 회동 자리를 만들며 소통 폭을 넓히는 중이다.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은 없었다.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 중단 등 언로는 좁아졌다. 윤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소통이 강화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만찬에서 동남아 순방 성과를 공유하고 당정 원팀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처리시한(12월2일) 내 국회 통과를 위한 협상을 독려하는 메시지도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과 여당의 공식 회동은 취임 후 다섯 번째다. 지난 6월10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당시 이준석 대표 등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한 게 시작이다. 8월엔 의원 연찬회에 참석했다. 9월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위 초청 오찬 간담회, 10월 국민의힘 지도부와 원외당협위원장 초청 간담회를 열었다.
야당 지도부와의 만남은 취임 198일째인 이날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조만간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 압박이 본격화하면서 야당과의 관계는 악화일로다. 전날 대통령실이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을 형사고발해 갈등이 격화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전날 “야당과의 대화의 문이라고 하는 것은 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변경될 사유도 없고 일관된다”면서도 야당이 민생 법안을 국회에서 가로막았다고 날을 세웠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20일, 이명박 정부는 59일, 박근혜 정부는 203일 만에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 회동을 열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70일 만인 2017년 7월과 9월 야당 대표들과 대통령이 회동 자리를 마련했다.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불참했다.
대언론 관계의 긴장도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16일 동남아 순방에서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했다. 21일에는 MBC 기자의 취재 태도를 문제 삼아 출근길 문답을 중단했다.
진영 내 소통 강화 흐름만 도드라지면서 윤 대통령이 취임하며 내세운 통합의 가치는 잊혀지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정치는 대통령과 여당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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