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027년까지 화석연료 40%대로 감축” 6개월 만에 백지화
전력수급계획 명시 반대…미세먼지 감축 목표도 거부
2027년까지 화석연료 비중을 40%대로 줄이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가 사실상 폐기됐다. 환경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2027년까지 화석연료 감축 목표를 명시할 것을 건의했지만,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반대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이 23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보완요구 내용’을 보면, 환경부는 2027년까지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40%대로 줄이겠다는 대통령 공약을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5월 정부는 2018년 기준 68.7%인 화석연료 비중을 2027년까지 40%대로 낮추겠다는 국정과제를 내놓았다.
그러나 불과 6개월 만에 약속을 뒤집었다. 산업부는 “전력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해도 화석연료 발전 비중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앞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약 51.5%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해 계절관리제, 석탄발전 상한제 등 단기 대책 시행을 염두에 두고 2027년 화석연료 비중을 40%대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며 “그러나 전력수요가 예상보다 늘어나 화석연료 발전 비중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원전과 신재생에너지가 확대될 경우 변동성 대응을 위해 LNG 발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도 강조했다. 원전과 신재생 발전이 전력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만큼 LNG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산업부는 “안정적 전력수급을 전제로 계절관리제, 석탄발전 상한제 등 단기 대책을 통해 최대한 화석연료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미세먼지 감축 목표와 수단을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환경부의 요구도 사실상 거부했다. 산업부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등은 추후 단기 전력수요 전망과 예방정비 일정, 계통 여건 등을 고려해 결정되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미래의 감축 방안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산업부는 최근 공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정부안’을 통해 2030년까지 석탄발전량 비중은 19.7%, LNG 비중은 21.6%까지 각각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화석연료 비율이 60%가 넘는 것을 고려하면 급격한 감축계획이 필요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실제 LNG 발전 설비는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기후환경단체 플랜 1.5는 “폐지 예정인 석탄발전 설비 전체(13.7GW)를 LNG 발전설비로 전환하고, 4.3GW에 이르는 신규 LNG 발전 설비를 모두 허가하면 LNG 발전은 전체 용량의 44.2%(63.5GW)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후퇴 논란도 있다.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치를 21.6%로 제시했다. 이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2017년의 ‘3020 재생에너지 이행계획’보다 높지만 여기에는 연료전지 등 ‘신에너지’까지 포함돼 있다. 이를 제외할 경우 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비중은 약 19.5%로 오히려 5년 전보다 후퇴한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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