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지만 역시…브라질 보우소나루 “대선 패배 불복”
이의제기로 결과 번복 없을 듯
지난달 대선에서 패배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사진)이 22일(현지시간) 일부 전자투표기기에 오류가 있었다며 대선 결과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속한 자유당 측은 이날 브라질 최고선거법원(TSE)에 2차 결선투표에 쓰인 일부 전자투표기기에서 “복구할 수 없는 오작동 징후가 발견됐다”며 투표 무효화를 요청하는 서류를 제출했다. 감사 결과 구형 기기 약 28만대의 내부 로그에 개인 식별 번호가 빠져 있었다며 투표용지를 제대로 식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유당 측은 문제의 기기들이 처리한 표가 무효표가 된다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득표율이 51.05%가 되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당선인을 제치고 재선에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수년간 브라질의 전자투표 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다며 투표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대선이 부정 선거로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그는 2차 결선투표에서 룰라 당선인에게 1.8%포인트 차이로 석패한 뒤 권력 이양 절차 개시를 승인했지만, 대선 패배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다.
그러나 이번 이의제기는 결국 법적 다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미 최고선거법원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당선인의 승리를 비준했고, 국제사회도 룰라 당선인을 차기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선거법원은 1차 투표와 결선투표에서 쓰인 전자투표기기 모델이 같다고 반박한 상태다. 알렉산드리 지 모라이스 최고선거법원장은 “두 차례 진행된 선거와 관련해 감사 결과 자료 등 추가 서류를 24시간 내로 제출하지 않으면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고 종결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자유당이 문제 삼은 기기 내 오류가 투표 결과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상파울루대학교 폴리테크닉 스쿨의 윌슨 루지에로 교수는 AP통신에 “전자투표기기가 투표용지를 정확하게 식별하는 데 핵심은 기기별 ‘디지털 서명’”이라며 내부 로그의 개인 식별 번호 유무가 투표의 신뢰성을 어떤 식으로든 훼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유당의 이의제기는 대선 결과에 항의하고 있는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을 크게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인터넷매체 UOL에 따르면 트럭 운전사들을 중심으로 한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은 지난달 2차 결선투표 결과가 나온 후부터 전국 수천곳의 고속도로를 점거·봉쇄하며 3주째 대선 불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의 도로 점거 시위로 시민들은 통행에 불편함을 겪고 있으며, 의료 서비스도 지연되고 옥수수 등 물류 배송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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