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화장품 광고 속 '피부과 의사'…알고 보니 배우?
<앵커>
SNS에 '피부과 전문의'를 앞세워 화장품과 탈모방지 영양제를 광고하는 업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가 이런 광고를 하는 건 불법인 데다가, 더 취재해보니 광고에 등장한 사람이 실제 의사가 아닌 대역 배우라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신정은 기자의 단독 보도 보시고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SNS에 올라온 A 업체의 화장품 광고.
의사 가운을 입은 피부과 전문의 B 씨가 자신이 개발했다며 이마 주름을 펴준다는 탄력 크림을 소개합니다.
['피부과 전문의' B 씨 : 효과가 확실한 만큼 너무 비싸서 소량밖에 못 쓰거든요. 그래서 제가 3년을 연구한 끝에 이 성분을 국내 최다 함유한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현행법상 "의사가 개발했다," "전문의가 추천한다"는 화장품 광고는 의약품으로 오인하게 해 불법입니다.
이 업체의 탈모 방지 영양제 광고에는 강남 피부과 원장이라는 C 씨가 등장합니다.
['피부과 원장' C 씨 : 제가 의사지만 모발 이식 너무 좋아하지 마시고 또 아무거나 드시지 마시고 이거 드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처럼 보이지만, 제품은 당류가공품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두피에 뿌리는 또 다른 제품은 피부과 전문의라는 D 씨가 추천합니다.
['피부과 전문의' D 씨 : 원인 해결 확실해요. 한 달 꾸준히 쓰셔서 풍성한 자신감 채우시길 바랄게요.]
그런데 피부과 전문의들은 이들의 전문성을 의심했습니다.
[김동현/분당차병원 피부과 교수 : 문제는 (광고) 뒷부분으로 가면 임상시험이라든가 하는 내용이 사실 너무 터무니없는….]
A 업체 제품 광고에 '피부과 전문의'라며 등장하는 사람이 취재진이 본 것만 해도 5명인데, 이들이 정말 의사가 맞는지 대한피부과학회에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대한피부과학회 관계자 : 아예 검색이 안 돼요. 자격 정지된 분들이더라도 검색하면 나오거든요. 전문의 자격 취득한 경우엔.]
포털사이트 검색에도 나오지 않는데, 한 배우 모집 커뮤니티에서 뜻밖의 공고를 발견했습니다.
A 업체가 판매하는 팔자 주름 개선 크림 광고와 관련해 20·30대 여성 배우를 모집한다는 내용입니다.
취재진이 문의해봤습니다.
[업체 관계자 : (지원하려는데 배역이 어떤 건지 물어봐도 될까해서요.) 다른 건 아니고 그냥 약간 전문의가 말하는 콘셉트예요. 피부과 전문의가. (대본을) 한 줄씩 끊어서 메인 캠에 띄워드려요. 의사 가운 같은 건 저희가 제공해 드리고.]
A 업체 측은 SBS 취재진에게 불법 광고는 하지 않았다며 관련 의혹은 음해라고 주장했습니다.
[업체 관계자 : 저희 말고도 테헤란로에 쭉 저희 같은 미디어 커머스들 있잖아요. 그런 분들도 다 비슷하게 경쟁업체에서 악용하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대한피부과의사회는 A 업체를 의료법, 화장품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 영상편집 : 황지영, CG : 조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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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신정은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Q. 같은 방식으로 광고하는 업체가 또 있나?
[신정은 기자 : 일단 A 업체가 지난주에 올린 배우 모집 글은 저희가 취재를 시작하자 바로 삭제됐습니다. 그렇지만 이 글이 올라왔던 게시판을 살펴봤더니 SNS 화장품 광고 속에 의사 역할을 찾는 다른 업체들의 글들을 몇 개 더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내용과 촬영 콘셉트는 다를 수 있겠지만 의사가 추천했다, 뭐 연구했다, 의사가 개발했다. 이런 내용들이 담기면 모두 불법인데, 이런 행태가 비단 한 업체만의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황입니다.]
Q. 이런 식의 광고가 계속 나오는 배경?
[신정은 기자 : 그렇습니다. 화장품 광고에 의사가 개발했다, 의사가 추천한다는 내용을 담아도 식약처가 내리는 가장 센 처분은 광고정지 2개월입니다. 그리고 SNS 광고는 단속이 잘 안 된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앞서 대한피부과의사회가 지난 9월에 이미 식약처에 A 업체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그렇지만 당시 식약처는 광고 SNS 계정이 삭제가 됐고 해당 영상을 못 찾았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경찰의 수사로 SNS 광고에 실제 의사도 아닌 배우를 동원했다는 의혹에 대한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됩니다.]
신정은 기자silv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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