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신뢰'는 금융시장의 심장이다

윤경현 2022. 11. 2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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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공정성·신뢰성 및 효율성을 높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금융시장에서 신뢰(신용)는 곧 돈이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마저 신뢰를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신뢰를 잃어버리면 더 이상 설 땅이 없게 된다.' 2500년 전 공자가 한 이 말은 2022년 한국의 금융시장에서도 한 치 틀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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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공정성·신뢰성 및 효율성을 높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자본시장법 제1조의 일부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단어는 '신뢰성'이다. (자본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에서 신뢰(신용)는 곧 돈이다. 우리가 은행에 돈을 넣는 것도, 은행이 우리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이 제시한 사업보고서와 재무제표, 사업계획 등을 믿고 투자를 결정한다. 그런데 실제와 숫자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보라. 그로 인해 '내 주머니 돈이 줄어들 수 있다'고 하면 어느 누가 감히 투자하겠나.

최근 파산을 신청한 세계 3위의 가상자산거래소 FTX 사례가 그렇다. 전 세계적으로 고객이 100만명에 달하는 이 회사의 재무제표는 말 그대로 '엉터리'였고, 고객의 계좌에서는 약 80억달러가 사라졌다. 기본적인 신뢰가 무너지자 '코인런'이 발생한 것은 당연지사다. 몇 달 전에 터진 '루나·테라' 사태로 가뜩이나 살얼음판을 걷고 있던 시장에 돌을 던진 셈이다. '코인판 리먼브러더스' 사태라는 말까지 나온다.

가상자산시장이 활성화됐다고는 하나 아직은 신뢰가 단단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신뢰의 밑바탕이 되는 '담보'가 확실하지 않은 때문이다. 시장이 잘 굴러갈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작은 구멍이라도 생기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기 마련이다.

국내 채권시장을 뒤흔든 레고랜드 사태 역시 신뢰에 흠집이 생기면서 시작됐다. 강원도가 2050억원의 채무보증 이행을 거절하자 투자자들은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지방자치단체마저 믿을 수 없게 됐다'며 아우성을 쳤다.

채권시장의 유동성은 순식간에 경색됐고, 채권금리는 급등했다. 우량기업들조차 채권 발행에 실패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금융당국이 '50조원+α'를 지원하겠다고 나서면서 '급한 불'을 껐지만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런 상황에서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연기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마저 신뢰를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결국 누구 하나 이득을 보는 곳은 없고, 모두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늦가을임에도 '금융중심지' 여의도에 삭풍이 몰아치는 이유다.

'한 번 무너진 믿음을 회복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는, 모두가 다 아는 이 교훈을 되새기는 데 우리는 너무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2000억원으로 막을 수 있는 일을 수십조원으로도 못 막을 형편이 됐다"는 금융투자업계의 하소연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신뢰를 잃어버리면 더 이상 설 땅이 없게 된다.' 2500년 전 공자가 한 이 말은 2022년 한국의 금융시장에서도 한 치 틀리지 않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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