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불법 촬영, 도지사 비서를 제대로 혼내는 방법 [박미랑의 범죄 속으로]

2022. 11. 2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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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범죄는 왜 발생하는가. 그는 왜 범죄자가 되었을까. 범죄를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 곁에 존재하는 범죄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본다.
그래픽=김문중기자
의대생, 공무원 등 멀쩡한 성범죄자
어린시절의 음란물 노출에서 비롯
이들의 디지털기기 접근 봉쇄해야

화장실에서 누군가가 불법촬영을 했다는 기사가 이제 낯설지가 않다. 예전에는 '이들이 왜 화장실에서 타인의 모습을 촬영하는가?'에 대해 질의하는 이들이 상당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사건이 계속 발생해도 뾰족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아서인지 질의도 공분도 허망하게 느껴진다.

며칠 전에는 경기도청 신청사 여자 화장실에 20대 남성이 여성을 몰래 따라들어가서 불법촬영을 시도하였다. 인기척을 느낀 피해자가 신고하였는데, 적발하고 보니 가해자는 경기도지사의 비서였다. 대구에서는 노래방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여성을 촬영하던 남성이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는데, 잡고 나니 고등학생이었다. 그의 휴대폰에는 이미 같은 학교 및 학원에 다니는 여학생의 신체 사진이 상당히 담겨있었다. 유사하게 반복적으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서 옆 칸 여성의 모습을 불법촬영한 가해자 중에는 의대생도 있었다. 연세대 의대에 재학 중이었던 그는 주로 학교 내 여자 화장실에 침입하였다. 법원은 1년 징역형을 선고하였다.

공무원도, 미성년자 고등학생도, 의대생도 가릴 것 없이 화장실로 들어가서 불법촬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특정한 집단만의 범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두드러지는 특징은 20대의 젊은 남성이 다수라는 점과 10대의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점 정도이다. 이 정도면 사실 프로파일링 관점에서는 의미 없는 특징이다.

대체 왜 화장실로 들어가며, 왜 타인의 사적인 모습을 찍을까? 최근 필자는 연구 목적으로 타인의 모습을 불법촬영한 가해자들과의 면담과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그들과의 면담과 설문조사를 통해 이들의 행위가 음란물 노출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들은 우연한 기회에 불법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접하게 되고, 많은 사이트들이 제공하는 기계학습 알고리즘 덕분에 유사 영상에 대한 노출은 더욱 강화된다. 초기에는 이러한 자극적 영상이 본인의 호기심과 성적 만족을 충족시키는 도구로 활용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쩌면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큰 처벌을 받는 범죄는 아니라는 생각이 커지게 된다. 이후 현실감 없는 전혀 모르는 존재의 사진에서는 더 이상 성적 만족을 느낄 수 없게 되면서, 동시에 노출의 시간과 강도의 역치를 지나면서 '직접 찍는 사진'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익숙한 생활 동선의 화장실로 향하게 된다. 통상 본인이 익숙한 지하철 역 화장실, 누구는 학교 화장실, 독서실과 학원 화장실이 첫 장소가 된다. 그렇게 '직찍'을 통해 호기심과 성적 만족감도 충족하면서 동시에 스릴과 성취감을 느낀다.

이렇게 직찍한 불법촬영물은 대개 소장용이다. 본인도 안다. 그 욕망이 절대로 일상의 친구나 동료들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없는 부끄럽고 삐뚤어진 욕망이라는 것을 말이다. 때문에 화장실 불법촬영 가해자들은 주변인에게 행위를 드러내거나 과시하지 않는다. 소장용으로 찍었던 사진들이 과시의 대상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삐뚤어진 욕망을 비난하지 않는 음란물 사이트 동료들 앞에서만 가능하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익명으로 새로운 사진을 찾아 거래하면서 결국은 직찍을 위해 다시 화장실로 향한다.

불법촬영 가해자들은 현장에서 붙잡히는 초범이 상당하다. 그러다 보니 처벌 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다. 다시 말하면 범죄행위로 인해 이들이 받는 일상의 제약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처벌을 받으면서도 계속 자유롭게 음란물을 본다. 과연 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처벌은 무엇이었을까? 음란물 금지와 휴대폰이나 컴퓨터 등의 디지털 기기 금지가 필요하다.

미국과 영국은 성범죄 가해자들에게 대부분 컴퓨터 및 인터넷 금지가 보호관찰 조건으로 부여된다. 추가 범죄 기회 차단과 잠재적 피해자 보호를 위해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이 지도감독의 대상이 된다. 보호관찰관에게 소셜네트워크 계정 정보도 제출하며, 휴대폰과 컴퓨터는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우리는 디지털 성범죄자를 향한 일상 규제가 사실 아무것도 없다. 보호관찰을 받는 동안에도 이러한 디지털 기기 제한 준수사항이 부과되지 않는다.

디지털 성범죄자들에게는 음란물 규제와 디지털 기기 제한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과도한 권리 박탈이라고 우려하고 반대하겠지만 선량한 시민들과 이들의 삶을 파괴한 범죄자가 누릴 수 있는 권리는 같을 수가 없다. 디지털 기기 제한은 그 범죄자가 침해한 선량한 시민들의 권리와 일상의 평온함을 원상회복시키는 양심 있는 장치일 뿐이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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