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우크라는 벌써 한 겨울, 수백만명 목숨 잃을수도
러시아의 대대적인 미사일 공습으로 전기·난방·수도 등 주요 기반시설이 파괴된 우크라이나에서 눈이 내리고 영하권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 겨울 인도주의 위기를 맞을 우려가 커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22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올해 가을 기온은 예년보다는 온화했으나 가을이 끝나가면서 기온이 이미 영하로 떨어지는 등 추위가 시작됐습니다. 우크라이나는 겨울철 혹한으로 악명이 높지요.
기상 전문 웹사이트 웨더닷컴에 따르면 수도 키이우의 이날 밤 최저 기온은 영하 4도를 기록했습니다. 키이우를 비롯한 곳곳에서는 눈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키이우의 빈 놀이터와 공원 벤치, 보도가 눈으로 뒤덮였고 사람들은 거리에서 거의 자취를 감춘 상황입니다.
이렇게 눈이 내리고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아직 겨울이 시작되지도 않았습니다. 앞으로 기온이 훨씬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올 겨울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겨울 막바지였던 올해 2월 24일 개전 이후 이렇게 첫 겨울이 찾아오면서 우려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규모 인도주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죠. 가장 큰 문제는 전기와 물입니다. 겨울을 버틸 수 있도록 전기와 물을 공급해야 할 발전소, 상수도 등 기반시설이 상당 부분 파괴됐습니다.
CNN은 동부 전선인 도네츠크주 도시 크라마토르스크의 주민들이 가스와 전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겨울을 나면서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올렉산드르 혼차렌코 크라마토르스크 시장은 "30년 전 (소련에서) 독립한 후 가장 혹독한 겨울이 될 것 같다"면서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가스가 끊긴 상황에서 낡은 온열기 하나로 버티고 있는 82세 알렉산드라 씨는 전기마저 끊기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외투 입고 담요를 뒤집어쓴 채로 자야 한다"며 "전쟁통(2차대전)에 태어나 전쟁통에 죽으려나 보다"라고 말했습니다.
키이우의 주요 민간 에너지 공급업체 야스노의 대표 세르게이 코발렌코는 내년 3월 말까지 정전 사태가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악의 경우를 포함한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따뜻한 옷과 담요를 비축하라. 긴 봉쇄를 버티는 데 도움이 될 것들을 생각해 보라"고 권고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주민들에게 겨울을 나기 위해 물자를 비축하도록 하고, 최근 탈환한 헤르손과 미콜라이우 등 피해가 심한 지역 주민들에게는 아예 대피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올 겨울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존이 경각에 달렸다면서 도움을 청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프랑스 시장협회에서 진행한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는 이번 겨울 추위를 대량살상무기로 바꾸기를 원한다"면서 발전기와 의료장비, 지뢰제거 지원 등을 요청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한스 헨리 클루게 유럽지역 국장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올 겨울은 우크라이나인 수백만명의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며 "병원과 의료시설 수백 개가 더는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연료와 물, 전기가 부족해지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가 2차 동원령을 통해 최대 70만명을 소집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영국 TV 방송 '스카이 뉴스'는 우크라이나 정부 인사를 인용해 이렇게 전했습니다.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러시아가 내년 1월에 2차 동원령을 발령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50만~70만명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스카이 뉴스는 게라셴코 고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러시아가 전쟁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고, 전황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생각했던 식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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