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즉시연금 2심 승소… 미래에셋·동양 등 재판도 촉각

유선희 2022. 11. 2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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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지급 의무없다" 1심 뒤집어
"구체적 설명… 불완전판매 아냐"
다른 생보사 소송 영향 미칠 듯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미지급 보험금 소송 2심에서 승소했다. 삼성생명 패소 판결을 내렸던 1심과 달리 2심 재판부는 쟁점으로 작용했던 약관의 애매함이 보험금 지급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삼성생명 외 미래에셋·동양·교보·NH농협·흥국생명 등 즉시연금 미지급 소송에서 줄곧 패소해온 다른 생명보험사의 재판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심 뒤집고 2심서 승소… "보험금 지급의무 없다"= 서울고등법원 제12-2민사부는 23일 오후 삼성생명 즉시연금 소송 항소심에서 소비자인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날 재판부는 "각 약관의 해석상 공시이율 적용이라는 문구만으로 피고(삼성생명)가 원고들에게 공시이율 전액을 생존연금 전액으로 지급할 의무가 도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보험계약 연금액은 약관의 별도 보험금 지급 기준표에 따른 산출방법에 의해 산정되는 것이 명확하다"며 "상품 계약에 따른 연금액은 별도의 보험금 지급 기준표에 따라 산정됨이 명확하고 원고들 주장과 같이 자의적으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삼성생명이 불완전판매를 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삼성생명은 연금액 산정과 관련해 원고들에게 보험 체결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특히 "약관 내용은 생존연금액 산정의 근거 조항인데, 설명의무 위반으로 배제될 경우 보험 계약이 전부 무효가 된다"며 "보험계약의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보험금 지급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했다.

2심과 달리 지난해 진행된 1심은 즉시연금 가입자들이 승소했다. "적립액 중 일부가 공제가 되고, 나머지를 지급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은 약관이나 어디에도 명시돼 있지 않고, 평균적 고객의 이해도를 기준으로 하면 어려운 구조를 이해해야 공제금이 빠지고 나머지가 지급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입 후 한 달 뒤부터 받는 '즉시연금'…복잡한 상품 구조= 즉시연금 분쟁은 복잡한 상품 구조에서 시작됐다. 즉시연금은 한꺼번에 목돈을 예치한 뒤, 한 달 뒤부터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이다. 예컨대 가입자가 1억원을 일시 납입하면 보험사가 이 자금을 운용해 이자를 매달 지급하다가, 만기에 1억원을 돌려주는 구조다. 이자에 원금 일부를 더해 지급하는 상품도 있다. 연금을 지급받는 구조에 따라 상품은 순수종신형, 상속종신형, 상속만기형 등 3가지로 나뉘는데, 이 소송을 제기한 가입자들은 일정 기간 연금을 수령하고 만기 시 원금을 환급받는 '상속만기형' 가입자들이다.

삼성생명을 비롯해 상속만기형 즉시연금을 판매해온 생명보험사들은 월 연 금액을 순보험료(납입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뺀 금액)에 공시이율을 적용하고,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한 뒤 산출해왔다. 가입자들은 약관에 이러한 공제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고 보험사의 명확한 설명도 없었다며 금융당국에 민원을 내면서 즉시연금 미지급금 분쟁이 발생했다.

금융당국 역시 삼성생명이 이런 내용을 약관에 분명하게 명시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8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즉시연금 미지급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리고 가입자들에게 이를 주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며 지급을 거절했고, 소송전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 소송을 벌이는 보험사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KB생명 등이다. 금감원이 2018년에 파악한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규모는 16만명, 8000억∼1조원이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회사는 삼성생명으로, 가입자 5만명에 미지급 보험금 43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신한라이프와 AIA생명 등 분조위 조정을 수용하거나 미지급 보험금을 지급하는 등 한 발 물러선 보험사도 있다. 보험사들은 금감원의 권고로 즉시연금 소송 패소시 지급할 보험금의 충당금을 쌓아놓고 있다. 이번 판결은 즉시연금 소송에서 줄줄이 패소한 보험사들에겐 환영할만 한 내용이다. 다만 같은 소라도 1심과 2심 판결이 상반되는 등 재판부마다 판결이 달라 결국 대법원에서 결론지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선희기자 vie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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