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만㎞ 떨어진 달 궤도에 순찰대 뜬다... 美우주군, 지구~달 공간 감시

이철민 국제 전문기자 2022. 11. 23. 18: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 공군연구소(AFRL)는 지난 10일 콜로라도주의 우주개발 기업인 ‘어드밴스트 스페이스(Advanced Space) 사와, 달에서 물체를 탐지ㆍ추적하고 우주 상황을 인식하는 위성을 제작하는 계약을 7200만 달러(약974억 원)에 체결했다.

이는 지난 3월 미 우주군(Space Command)이 수년 내에 달궤도를 상시 순찰하는 CHIPS라 불리는 감시 위성들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CHPS는 ‘달고속도로순찰시스템(Cislunar Highway Patrol System)’란 말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지구에서 달에 이르는 우주 공간에서 인공 물체를 감지ㆍ식별ㆍ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이후 CHIP는 ‘오라클(Oracle)’로 이름이 바뀌었다.

미 공군과 이 기업이 함께 개발할 ‘오라클’ 위성은 2025년에 발사돼, 2년 간 달 궤도에서 테스트 주행(走行)을 한다. 미 우주군은 공군 AFRL의 달 감시위성 개발이 끝나면, 이를 넘겨받아 운용하게 된다.

미 우주군은 지난 3월, 수년 내에 달 궤도에서 지구와 달 사이 우주공간을 감시하는 '달고속도로순찰' 위성을 띄워 미국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AFRL

미국이 이렇게 달 주변까지 감시의 눈길을 확대하는 것은 미국 외에도 중국ㆍ인도ㆍ일본ㆍ한국 등 많은 나라가 달과 그 너머로 착륙선과 탐사선을 보내고 있는데, 정작 미국이 지구 궤도에 띄운 정찰 위성들의 센서와 카메라는 고도 3만6000㎞의 정지궤도(GEO)에서 그 아래 지구 쪽을 관찰하는데 특화돼 있기 때문이다. 타국의 인공위성을 공격하는 킬러 위성이니, 위성 요격 실험이니 하는 것은 모두 이 고도 밑에서 이뤄지는 것들이다.

정지궤도를 넘어, 지구에서 평균 38만4000㎞ 떨어진 달까지의 우주 공간을 뜻하는 xGEO는 최근까지도 미국의 주(主)감시권 밖이었다. 각국의 달 주변 활동은 1차적으로 해당 국가의 자발적인 발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달 궤도에서 달 표면 및 달~지구 공간을 감시하는 위성이 없는 탓에, 미 우주군은 미 항공우주국(NASA), AFRL, 대학들과 협업하며 지상 레이더와 미 학술기관과 기업들의 천체 망원경, 우주 기반 센서와 같은 기존 장비를 활용해 xGEO 공간을 관찰해왔다.

현재 NASA는 ‘달 정찰 궤도위성(LROㆍLunar Reconnaissance Orbiter)’과 ‘캡스톤’ 위성을 운영한다. 그러나 NRO는 달의 3D 지형 지도를 작성하는 것이 목적이고, 캡스톤은 앞으로 달 궤도에 설치돼 미 우주 탐사의 관문(關門) 역할을 할 ‘루나 게이트웨이’가 돌 길쭉한 타원형 모양의 달궤도 NRHO의 안정성을 검증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미 우주군과 공군의 특별 감시 대상은 물론 중국이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지난 5월17일 하원 세출위원회증언에서 “중국은 (미국의 우주 과학 기술을) 훔치는데 매우 뛰어나다”고 했지만, 이미 중국은 미국과 엇비슷한 우주 최강국이다. 20세기만 해도, 우주 탐험의 주(主)플레이어는 미국ㆍ러시아ㆍ유럽우주국(ESA)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우주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중국은 2013년 달에 무인(無人) 우주선을 착륙시켰고, 2019년 1월2일에는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의 이면(裏面)에 세계 최초로 무인 우주선 ‘창어-4호’를 안착시켰다.

2019년 세계 최초로 달의 이면에 안착한 중국의 무인 착륙선 '창어 4호'/중국 국가항천국

본격적인 달 탐사에 나선 중국이 달에서 물과 얼음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달 남극의 일부 영구 음영(陰影) 지역을 선점(先占)하고 ‘배타적 구역’으로 주장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1967년에 제정된 국제법인 ‘우주조약’은 우주개발이 “모든 국가의 이익을 위해 수행돼야 하고” “국가 전용(專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중국은 국제법과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2016년 7월)을 무시하고, 남중국해에서도 계속 인공 섬을 만들고 자국의 영해(領海)라고 주장한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외교정책ㆍ우주전문가인 애미 J 넬슨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중국의 우주 야망은 남중국해 무력 과시처럼, 지구에서의 행동과 매우 일관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 우주군 우주작전사령부의 스티븐 파이팅 준장은 지난 5월16일 한 강연에서 “각국이 달 궤도에 오르고 있어, 그들이 거기서 뭘 하는지 관심있게 들여다봐야 한다”며 “각국이 앞으로 달 자원에 대한 접근권과 주권을 주장하면 미국 우주인들의 안전한 달 탐사 활동과 미국의 이익이 침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 우주군은 우주의 평화적 개발과 미국의 우주 활동이 안전하도록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였다.

미 공군 연구소 AFRL은 지난 3월 ‘달 고속도로 순찰 프로그램’(CHPS)를 발표하면서 “지금까지 미국의 우주 미션은 지구에서 3만5400㎞(정지궤도 고도)까지였지만, 그건 그때 얘기고 이제는 CHPS”라며 “CHPS는 미국의 작전 영역을 1000배 확대해서, (지구 궤도의) 수천 개 정부ㆍ민간 위성을 지나 인간이 거의 방문한 적이 없는 지구에서 43만8000㎞ 떨어진 곳까지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