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한화 등 소송에도 영향 미칠 듯

김현진 기자 2022. 11. 2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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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 항소심 승소가 보험사들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던 1조 원가량의 미지급 분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KB생명 소송에서 재판부는 즉시연금 미지급분을 소비자에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것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불이익을 가져다줄 정도로 설명 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보험사들의 즉시연금 소송 여러 건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만큼 추후 대법원에서 한 번에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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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즉시연금 항소심 승소
분쟁규모만 8000억~1조대 달해
향후 대법서 한번에 결론 낼수도
[서울경제]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 항소심 승소가 보험사들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던 1조 원가량의 미지급 분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즉시연금 소송전은 보험 업계 전반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금융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 등이 가입자들을 모아 공동소송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송이 알려지며 개인 형태로도 소송이 진행되기도 했다. 다만 개인들이 따로 제기한 소송에서는 보험사가 승소하는 판결이 나오는 등 결과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2월 미래에셋생명이 항소심에서 패소하면서 보험사들은 대손충당금에 대한 재무 리스크에 휩싸이기도 했다. 삼성생명은 1심 패소 이후 미지급 분쟁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놓았다.

23일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삼성생명이 보험 약관 등에 대한 설명 의무를 다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삼성생명 측이) 연금액 산정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원고들이 이 사건 보험 체결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설명을 했다고 본다”며 “이 사건 보험계약은 전부 무효가 되고 유효함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총 4건의 즉시연금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승소했던 1인 소송이 아니라 A 씨 등 가입자 57명이 참여한 공동소송에서 삼성생명이 이겼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앞서 1심 재판에서는 “삼성생명이 설명·명시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는 내용이 약관에 없고 상품 판매 과정에서도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보험사들을 소송전으로 끌어들인 즉시연금은 고객이 목돈을 맡기면 한 달 후부터 연금 형태의 보험금을 매달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원고들은 즉시연금 중에서도 일정 기간 연금 수령 후 만기 도달 시 원금을 환급받는 ‘상속만기형’ 상품 가입자들이다. 생명보험사들은 만기환급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납입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뺀 순보험료에 공시이율을 적용한 금액에서 일부를 공제하고 연금액을 산출해왔다. 하지만 가입자들은 약관에 이런 공제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고 보험사의 명확한 설명도 없었다며 2017년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소비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나머지 가입자들에게도 보험금을 주라고 권고하며 소송이 시작됐다.

금감원이 2018년에 파악한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규모는 인원으로 16만 명, 액수로 8000억~1조 원에 이른다. 이 중 삼성생명이 5만 5000명, 4300억 원으로 가장 많다. 삼성생명에 대한 즉시연금 판결이 뒤집히면서 다른 즉시연금 판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즉시연금 판결은 교보생명·한화생명·미래에셋생명·동양생명 등에서 진행되고 있다. 교보생명도 30일 항소심 판결이 예정돼 있다.

일단 판결은 엇갈린다. 현재까지는 보험사가 패소한 경우가 더 많다. 미래에셋생명은 1심과 항소심에서 패소해 대법원에 상고심을 제기한 상태다. 다만 가장 최근에는 KB생명보험이 승소해 삼성생명의 항소심 승소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기도 했다. KB생명 소송에서 재판부는 즉시연금 미지급분을 소비자에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것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불이익을 가져다줄 정도로 설명 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보험 업계에서는 여러 소송에서 각 재판부가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어 대법원이 판단을 내놓기 전까지는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보험사들의 즉시연금 소송 여러 건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만큼 추후 대법원에서 한 번에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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