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영웅' 홍경 "열등감·결핍 등 누구나 느끼는 감정에 매혹"(종합)

폭력 피해자 오범석 역…"복합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게 순탄하진 않았죠"
박지훈, 폭력에 맞서는 모범생 연시은 역…"눈빛 연기 독기 품고 준비했죠"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김우진 인턴기자 = "범석이는 복합적인 환경에서 쌓인 감정이 두터운 친구예요. 그걸 마주 보는 게 순탄하진 않았어요."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홍경(26)이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1'에서 가정, 학교에서 폭력을 당하며 자란 고등학생 오범석을 연기하며 겪은 우려와 걱정을 털어놨다.

홍경은 "처음에는 오범석이 겪은 사연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작품을 못 하겠다고 했다"며 "이 친구가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알아가는 것이 벅찼다"고 말했다.

오범석은 전학 오기 전 학교에서 동급생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집에서는 국회의원 아버지에게 외면당하며 정신적인 학대를 받았다. 전학 온 학교에서 연시은(박지훈 분), 안수호(최현욱)와 친해지지만, 자신이 과거에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어긋나기 시작한다.

열등감, 소외감 등 어두운 감정들을 숨겨왔던 오범석은 극 후반부 돈으로 사람들을 매수해 폭력을 행사하면서 온몸으로 그간 감당해온 감정들을 표출한다.

홍경은 오범석이 겪는 다면적인 감정과 모습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호기심을 느꼈다고 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 친구를 보면서 느낄 법한 감정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랑, 열등감, 소속감, 상실, 결핍, 동질감 같은 감정들은 비단 10대뿐만 아니라 그 이후를 사는 사람들도 느낄 수 있는 거잖아요. 그게 제가 이 작품에 매혹된 지점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눈길이 가는 또 한 명은 그룹 워너원 멤버이자 배우인 박지훈(23)이다.

그는 기존의 꽃미남 이미지를 완전히 깨고 무표정 속 슬픔, 분노, 외로움, 좌절 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느껴지는 인물을 소화해내 호평을 받고 있다.

박지훈이 맡은 연시은은 공부밖에 모르는 모범생이지만, 주변의 괴롭힘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는 고등학생이다. 말수도 적고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는 인물이어서 드라마가 공개되기 전에는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가 강한 박지훈이 과연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따랐다.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지훈은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었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박지훈한테도 무섭고, 진중한 이미지가 있었나?'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극 중 연시은처럼 독기를 품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박지훈은 '눈빛'을 가장 중요한 연기 포인트로 삼았다고 했다. 연시은이 욕설을 퍼붓거나 싸움을 능숙하게 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보니 눈빛으로 감정을 전달하는데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고,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권상우, '아저씨'의 원빈의 연기를 참고로 했다고 했다.

그는 공허한 눈빛으로 복잡미묘한 연시은의 감정을 전한다. 같은 반 친구의 도발에도 무표정으로 대응하고, 어느 순간 폭발해 주먹을 휘두를 때도 어떠한 감정 동요도 없는 눈빛으로 섬뜩한 분위기를 풍긴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1' [웨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눈빛 연기가 몸을 쓰는 것보다 오히려 체력 소모가 많더라고요. 촬영을 마치고 집에 가면 기절하듯 잠드는 일이 많았죠. 운동하다 보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것처럼 상황에 집중해 연기하려고 했어요. 상황에 몰입해 연기하다 보니 막상 촬영이 끝나고 모니터링을 할 때 '내가 이런 눈빛을 했었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박지훈은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친구라고 여겼던 오범석의 만행을 알게 된 뒤 주먹을 휘두르던 모습을 꼽으며 "분노, 처절함, 슬픔, 좌절이 다 담긴 표정이 만족스럽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훈은 기존의 학원물에서 폭력에 노출되는 피해자들과는 달리 자신만의 방식으로 반격을 하는 연시은 역에 끌렸다고 했다.

극 중 연시은은 뉴턴의 운동법칙을 되뇌며 두꺼운 참고서로 자신을 괴롭히던 학생의 얼굴을 내리치고, 파블로프의 개 실험을 떠올리며 볼펜을 딸깍딸깍 눌러 공포 분위기를 조장한다.

박지훈은 "체구는 왜소한데 부당한 폭력 앞에 맞서고, 도구를 이용해 덩치가 큰 상대를 제압한다는 점이 흥미롭고 재밌게 느껴졌다"며 "원작 웹툰에서는 더 사기 같은 싸움의 기술들을 쓰지만, 현실성을 반영하려고 많이 뺐다"고 했다.

박지훈은 사실 아역배우 출신이다.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고 뮤지컬 무대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건 엠넷 예능 '프로듀서 101' 덕분이다. '내 마음속에 저장'이라는 유행어로 단숨에 인지도를 쌓았고, 워너원으로 데뷔해 인기를 얻었다.

박지훈은 "아이돌 활동이 (배우가 되는) 계단이 돼 줬다고 생각한다"며 "아이돌로서의 면모는 충분히 보여드린 만큼 배우로서 더 많은 이미지를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이돌 활동이 좋기에 곧 앨범도 준비하게 될 것 같다"며 "팬데믹으로 팬들과의 만남이 뜸했던 만큼 국내는 물론 해외 팬들과 교감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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