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주 수입 2배 됐는데 안전은 '후진'… 명분 없는 총파업

홍혜진 기자(honghong@mk.co.kr), 김정환 기자(flame@mk.co.kr) 2022. 11. 2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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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총파업

지금은 달리고 있지만…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의 총파업을 하루 앞둔 23일 오전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로 화물차들이 줄지어 들어가고 있다. 24일부터 화물연대가 운송 거부는 물론 주요 항만의 화물 진출입까지 막을 것으로 예상돼 극심한 혼란이 우려된다. <이승환 기자>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24일 전면파업(집단 운송거부)에 들어가면서 도로 운송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의 물류 타격이 특히 극심해질 전망이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 골이 깊어지는 마당에 파업으로 물류 '동맥경화' 현상이 심해지며 실적 충격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통계청,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기업 매출 가운데 물류비 비중은 7.06%(2020년 기준)로 이 중 절반인 3.4%가 도로운송비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기업 물류비 중 도로운송비 비중은 대기업이 61.8%, 중소기업이 86.5%에 달해 중소기업의 의존도가 훨씬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화물차가 멈춰 서면 그만큼 중소기업 물류 타격이 커지는 구조인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소속 화주협의회는 도로운송비가 10% 오르면 전체 기업 이익이 0.34%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물류 중소기업 임원은 "원자재 가격과 대출금리, 운임비 인상에 고전하고 있는데 지체 보상금까지 물게 되면 존폐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안전운임제로 주머니가 두툼해진 차주(화물차 기사)와 달리 화주인 수출기업은 안전운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컨테이너 운송의 절반을 차지하는 50㎞ 이하 단거리 안전운임 비용은 202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최대 42.6%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업종 특성상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석유화학업계는 물류가 막혀 재고가 쌓이면 아예 공장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주요 석유화학 8개사의 일평균 출하량은 파업 전 대비 10% 선까지 줄었고 하루에 손실이 900억원씩 쌓인 바 있다. 공장 가동 중단으로까지 이어지면 하루 손실 규모는 30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고충을 겪고 있는 기업과 달리 안전운임제 도입 후 3년간 화물차 운임비가 30% 증가하면서 화물차 기사 소득이 최대 2배 늘어나고 근로시간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안전운임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속 사고 등을 막기 위해 화물 차주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그보다 적은 돈을 지불하는 화주에게는 건당 과태료 500만원을 매기는 제도다. 2020년부터 한시 적용돼 연말 종료될 예정이지만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영구 시행을 요구하며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

이날 매일경제가 국토교통부 고시를 분석한 결과 화물차 안전운임은 2020년 제도 도입 이후 유가 하락을 이유로 한 차례 내린 것을 빼고 매번 인상됐다. 40피트 컨테이너를 중거리 수준인 왕복 200㎞ 운반할 때 2020년 초 안전운임은 31만5987원이었지만 지난해 말 35만9400원으로 뛰었다. 올해는 지난해 말 가격에서 다시 뛰어 6월 말 기준 43만8200원로 약 3년 새 38.7%올랐다. 왕복 400㎞ 이상 장거리 구간도 비슷한 증가세다.

컨테이너뿐 아니라 시멘트 운송비도 올랐다. 26t 시멘트를 왕복 200㎞ 운반할 경우 현재 안전운임 금액은 31만900원, 600㎞는 72만1100원으로 2020년 초(21만7847원, 51만7586원)보다 각각 42.7%, 39.3% 증가했다. 지난해 유가가 오르면서 상승분이 대거 반영됐기 때문이다. 화물운임이 단기간 급등하면서 화물차주 소득은 24~110%나 올랐고 근로시간은 3~5% 줄었다. 반면 사고는 늘었다. 제도 시행 이전인 2019년 690건이던 화물차 교통사고 건수는 지난해 745건으로 7.9% 뛰었다. 같은 기간 전체 자동차 교통사고 건수가 11.5% 줄어든 데 비하면 화물차 사고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운임을 올려주면 화물차주들이 과속·과적을 자제하고 교통안전이 나아질 것이라는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경영계에서는 정부의 대응 역량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 일수가 한국은 미국의 5배이고 일본과는 20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며 "근로손실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 집단행동까지 더하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안전운임제는 핑계였을 뿐 답이 정해진 정치적 파업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홍혜진 기자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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