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친환경 강화에…코너 몰린 슈퍼카
2030년까지 80%가 친환경차
전동화 외면하던 람보르기니
전기차 사운드 감성도 고심중
美 전기차 브랜드 루시드는
70년 포르쉐 기술 따라잡아
"전통적 슈퍼카 제조사로서 전기차 분야에서도 앞서가기 위한 포르쉐의 노력을 지켜봐달라."
최근 이탈리아 프란치아코르타에서 열린 포르쉐 '넥스트 레벨 E-퍼포먼스' 미디어 워크숍에서 만난 마이크 비엔쾨터 포르쉐 매니저는 "2025년까지 전체 차량의 절반을, 그리고 2030년부터는 80% 이상을 전기차로 만들려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독일의 완성차 업체이자 세계 1위 자동차 그룹인 폭스바겐의 슈퍼카 브랜드 포르쉐는 이날 행사에서 중기 전동화 계획인 'E-모빌리티'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포르쉐 관계자는 "2024년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마칸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폭스바겐의 또 다른 슈퍼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도 2024년까지 모든 제품의 전동화를 진행하고, 2028년에는 순수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탈리아의 스포츠카 브랜드인 페라리도 2025년에 첫 순수 전기차를 출시한다. 2030년에는 생산 차량의 80%를 전동화 모델로 채운다는 방침이다. 2016년만 해도 페라리는 "페라리가 순수 전기차로 생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페라리·람보르기니·포르쉐 등이 제시한 전동화 청사진에 대해 자동차 업계에서는 슈퍼카 브랜드들이 겪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한다. 실제로 포르쉐는 크게 두 가지 위기를 겪고 있다. 먼저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포르쉐 전기차의 상징인 타이칸의 부진이다. 지난 3분기 타이칸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30% 줄어든 6196대에 그쳤다. 세 분기 연속 감소세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전문 브랜드들의 빠른 시장 침투가 슈퍼카 브랜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전기차 업체 루시드가 지난 4월 출시한 2억2000만원짜리 럭셔리 세단 '에어 그랜드 투어링 퍼포먼스'은 1050마력의 힘을 갖춰 타이칸 터보 S(760마력)를 압도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도 2.6초로 타이칸보다 빠르다. 포르쉐가 70년 넘게 내연기관에서 쌓아온 기술과 경험이 한순간에 따라잡힌 셈이다. 두 번째 위기는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휘발유 등을 쓰는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한 조치다.
유영호 한국자동차연구원 정책전략실장은 "유럽의 자동차 브랜드들은 내연기관을 유지하면서 연비를 높이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탄소 배출 감축에 대응했다"며 "슈퍼카 브랜드는 생산량이 적다 보니 전동화에 대한 매력을 크게 못 느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우위를 지키기 어렵게 된 유럽의 슈퍼카 업체들은 고유의 헤리티지(유산)를 사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포르쉐가 두 번째 순수 전기차로 마칸을 선택한 것도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람보르기니는 '소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스테판 윙켈만 람보르기니 회장은 "디자인·퍼포먼스·감성 요소는 전동화가 되더라도 문제가 없지만 사운드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프란치아코르타(이탈리아)이영욱 기자/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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