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개미, 절세혜택 '제로금리 장기채' 싹쓸이했다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2. 11. 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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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온라인채권 매매 11배 껑충
삼성증권 "올해 2.3조 사들여"
가격 떨어진 저쿠폰 채권 노려

증권사 '채권 개미'들의 온라인을 통한 채권 매수금액이 지난해 대비 급증했다. 증시 불확실성 확대에 자연스레 매매차익을 볼 수 있는 저쿠폰 채권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23일 삼성증권은 올해 1월부터 이달 11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이 온라인으로 매수한 채권 규모가 2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한 해 총 매수금액인 2000억원 대비 11배 급증한 수치다.

온라인과 대면 채널을 포함한 전체 채권 매수금액도 늘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이달 22일 기준 리테일 채권 판매금액은 14조8000억원으로 지난해(8조4800억원) 대비 크게 증가했다. 채권 자산 보유 고객 수도 올해 9월 기준 45%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도 이달 11일까지 리테일 채권 판매금액이 21조600억원으로 전년 동기(14조6500억원) 대비 늘었다.

매크로(거시경제) 불확실성에 증시 약세장이 지속되면서 변동성이 낮은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관리를 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채권 상품을 적극 사들였다는 분석이다. 기준금리 급등 기조에 채권 금리도 덩달아 오르면서 높은 이자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채권 종류별 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9개가 2019~2020년 발행된 저쿠폰 채권이었다. 저쿠폰 채권은 대체로 '제로 금리' 시절에 발행돼 발행 당시보다 현재 가격이 많이 하락한 채권 상품이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현재 가격이 떨어진 저쿠폰 채권을 사들인 후 만기가 도래하면 자연스레 상환금액 대비 차익을 볼 수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전 채권의 매매차익은 비과세가 적용돼 절세 혜택도 있다.

삼성증권 온라인을 통한 채권 투자금액은 건당 1000만원 이하가 56%를 차지해 소액투자자가 온라인 채권 투자 트렌드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KB증권의 경우도 올해 늘어난 채권 고객 중 63%는 총 자산이 1억원 미만이었다. 신규 투자자도 늘었다. 온라인 채널을 통해 채권을 매수한 투자자의 93%가 그동안 채권 매수 경험이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4050세대가 전체 투자자의 54%를 차지하며 온라인 채권 매수 흐름을 주도했다. 지난해 4050세대 비중은 38%에 그쳤지만 온라인 매매 시스템이 편리해지면서 대거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온라인 채널을 통한 고객 저변 확대는 증권사들이 일찍부터 '채권은 지점에서 거액 매수'라는 편견을 깼기 때문이다. 채권 투자 대중화를 위해 편리한 온라인 채권 매매 시스템을 갖추고 채권 최소투자금액을 낮추는 등 서비스 개편을 지속해온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들은 새로운 리테일 채권 상품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엔 월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 상품이 최초로 매물로 나와 반나절 만에 판매가 종료되기도 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디지털자산관리본부장은 "디지털 채널을 활용한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투자 매수세가 급증한 것은 자산관리 관점에서 증권사를 이용하는 온라인 투자자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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