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반격 "美 IRA 맞설 보호대책 마련"

한재범 기자(jbhan@mk.co.kr) 2022. 11. 2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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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獨 "미국산 보조금정책은
중국식 모델 떠올려" 돌직구
네덜란드 "반도체 中 판매
우리가 정할것" 美에 반기

프랑스와 독일이 전기차 보조금 차별 논란을 일으킨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협상에 뚜렷한 성과가 없으면 유럽 산업을 보호할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역시 대중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라는 미국 에 제동을 거는 등 유럽 국가들이 미국 중심의 무역질서에 반발하고 나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과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은 프랑스 파리 재경부 청사에서 22일(현지시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IRA 협상에 성과가 없으면 유럽 산업을 보호할 별도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발효된 IRA에 따르면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서만 대당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양국 정상의 이날 발언은 다음달 본격적인 대미 협상 개시에 앞서 '유럽 우선주의'에 준하는 조치를 만들 수 있음을 사전에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연합(EU)과 미국 측은 다음달 5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제3차 미·EU 무역기술협의회(TTC)에서 만나 IRA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르메르 장관은 "미국 땅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것은 중국식 산업 모델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하며 "유럽은 유럽의 이익을 우선으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EU 차원에서 '유럽산 우선 구매법(Buy European Act)'을 만들어 대응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베크 장관도 "EU가 더 서둘러 결정적인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역시 미국 주도의 무역질서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리셰 스레이네마허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 장관은 의회에 출석해 "네덜란드는 자국 기업이 생산하는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판매 허용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국 기업인 ASML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에 관해 미국의 입김에 좌우되지 않겠다는 뜻이다. ASML은 최첨단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 생산하고 있으며, 이전 모델인 DUV 노광장비도 제조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는 EUV 노광장비를 공급하지 않고 있으나 DUV 노광장비는 판매 중이다. 다만 미국은 ASML의 DUV 노광장비 중 가장 첨단기술인 액침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도 막아야 한다는 방침이다. 스레이네마허 장관은 이날 "국가안보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이익을 지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EU 고위 관료도 미국에 강경한 의견을 표명했다. EU 외교수장 격인 주제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이날 유럽의회에서 대중 반도체 수출 금지를 놓고 "미래를 봤을 때 중국의 막대한 경제 능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중국의 반도체 기술 접근을 대폭 차단하는 미국의 정책은 고려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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