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김정주의 꿈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2. 11. 2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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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24시 ◆

"디즈니에 제일 부러운 건 아이들을 쥐어짜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디즈니에 돈을 뜯긴다. 넥슨은 아직 멀었다. 디즈니의 100분의 1이라도 따라가고 싶다."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자서전 '플레이'에 남긴 말이다. 한국 게임업계가 확률형 아이템, 과금 논란 등으로 구설에 오를 때마다 돈도 잘 벌면서 사랑받는 디즈니와 같은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해온 그다. 콘텐츠 산업 경계가 무너져버린 시대엔 게임만 만드는 게임사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김 창업주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사'로 체질 전환에 나섰다. '필름&텔레비전'이라는 조직을 미국에 신설했고 디즈니 출신 최고전문가들도 영입했다. '킬러 지식재산권(IP)' 확보를 위해선 미국 완구 회사 해즈브로와 '건담' '파워레인저' '드래곤볼' IP를 보유한 일본 반다이남코홀딩스 등에 1조원을 투자했다.

지난 3월, 김 창업주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꿈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실제로 넥슨이 최근 1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어벤져스'를 연출한 할리우드 제작사(AGBO) 최대주주로 등극한 것은 한국 게임사가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심장부에 진출한 기념비적인 사례다. 양사는 넥슨의 IP를 영화·TV 시리즈로 제작하고 외부 IP를 게임으로 이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창업주의 예상대로 K콘텐츠의 새로운 글로벌 도약은 이제 시작이다. 그간 주류였던 영화와 드라마, 음악(K팝)뿐 아니라 게임, 웹툰, 웹소설이 2차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 넥슨뿐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하이브 등이 최전선에 나선 시장이다. 제조업에서 삼성전자·현대자동차가 끊임없는 기술 혁신으로 세계를 평정한 것처럼 한국 토종 콘텐츠 기업들이 킬러 IP를 활용해 '엔터테인먼트 시장 세계 1위'에 출사표를 낸 셈이다. 특정 장르 게임과 블록체인 경쟁에만 매몰된 한국 게임업계도 이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2000년대 초반 나이키의 경쟁자가 닌텐도였다면, 지금은 경쟁사의 경계와 범위 자체가 사라졌다. 한국 기업들끼리의 우물 안 경쟁은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황순민 디지털테크부 smhwa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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