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칼럼] 국가가 망하는 건 순간이다
기업 80% 사라진 남미國
포퓰리즘 난무하는 한국
남의 얘기 아닐수 있다
◆ 김명수 칼럼 ◆
지난달 미국 뉴욕 맨해튼 51가 인근을 걷다가 정문이 닫힌 한 건물 앞에서 발을 멈춰야 했다. 건물 앞 유리창에 붙은 대자보가 눈에 확 띄었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상당수 인구가 식량난을 겪고 있고 한 달에 2.5달러로 생활하는 나라가 있다는 걸 상상이나 해보셨습니까. 베네수엘라에선 이게 현실입니다. 600만명이 베네수엘라를 떠나야 했습니다."
눈을 들어 건물 위를 보니 '베네수엘라(VENEZUELA)'라는 큰 글자가 새겨져 있어 베네수엘라 외교공관이란 걸 직감했다. 구글에서 찾아보니 뉴욕총영사관이었다.
베네수엘라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이 세계 경제 중심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을 알리고 있었던 셈이다.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나라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베네수엘라 비극의 원인은 무분별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책 탓이다. 이 가운데 '이윤 30% 룰'이 베네수엘라를 망가뜨린 주역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기업들은 원가 대비 30% 이상 이익을 내면 안 된다는 규제를 만들었다. 이를 어기면 기업인은 감옥에 가야 했다. 초인플레이션 국면에 가격 인상을 억제해 국민이 싸게 물건을 살 수 있도록 하자는 선한 의지에 따른 정책이었다. 그러나 결국 3년이 지난 뒤 베네수엘라 기업의 80%는 문을 닫았다. 기업이 운영되지 못하니 생활이 더욱 어려워진 국민은 나라를 등지고 다른 나라에서 생계를 찾아야 했다. 잘못된 정책이 나라를 파탄 내고 국민이 나라를 떠나게 만든 셈이다.
이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닌 우리 얘기일 수 있다. 현재 야당이 개정을 추진 중인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대표적이다. 불법파업 조장법이라고도 불리는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의 불법적인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걸 골자로 하고 있다.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법이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저자 대런 애쓰모글루 미국 MIT 교수가 흥한 나라의 조건으로 제시한 포용적 경제제도는 사유재산을 보호하면서 공평한 경쟁과 기회를 보장하는 제도여야 한다. 선한 의도로 제도를 도입한 결과라고 하더라도 남의 이익을 무단으로 뺏거나 침해한다면 아무도 그 나라에서 기업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손해 보는 측은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들이다.
포용의 탈을 쓴 착취적 제도는 노란봉투법만이 아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부자감세'라며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반대하고 있다. 집값이 떨어졌는데도, 소득이 늘지 않았는데도, 집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징벌적 보유세를 내라는 상황이다.
야당은 금융투자세 유예도 반대하고 있다. 안 내던 세금을 물리면 거액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돈을 뺄 것이다. 주식시장 침체기에 소액투자자들인 일반 개미들만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안전 우선'이라는 선의를 갖고 탈원전 정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한전은 올해 30조원대 적자를 낼 판이다. 한전은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시중 채권시장에서 돈을 빨아들이면서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요즘 기업인들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고 북한이 한반도에서 도발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갖고 내년 경영전략을 짜고 있다. 중국이 북한의 협조를 받아 아시아에 두 개의 전선을 만들면 미국도 쉽게 중국을 건드릴 수 없다는 시나리오다. 복합위기 가운데 포퓰리즘 정책이 난무하고 지정학적 위기까지 겹치는 한국. 해외로 사업체를 옮기는 우리 기업들은 늘어나고 있다. 반면 외국 기업들은 한국을 찾지 않는다. 국가가 망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게 베네수엘라의 교훈이다.
[김명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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