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금융사, 10년만에 퇴직연금 재진입...업계 반발 이유는

남정현 기자 2022. 11. 2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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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메리츠화재, 10년 만에 퇴직연금 판매
'비사업자' 이용해 사업자보다 더 높은 이율 제시
관련업계 "`꼼수' 마케팅...제도 보완 필요"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메리츠화재가 10년만에 퇴직연금 시장에 진입한 것과 관련, 편법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온다. 퇴직연금 `비사업자'는 운용상품 금리를 공시할 의무가 없는데, 이 점을 이용해 이미 공시된 사업자의 이율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퇴직연금 고객을 유인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퇴직연금 사업을 재개한 메리츠화재가 올 상반기 거둬들인 퇴직연금 원수보험료는 4348억원이다. 사업 재개와 동시에 보험업계 퇴직연금 시장 선두주자인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의 상반기 증가율(각각 6873억원, 4388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메리츠화재의 3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특별계정 자산은 6879억원이다.

모그룹을 가진 보험사는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라 퇴직연금 계약에 대해 계약자 적립금 수준만큼 특별계정을 설정해 운용해야 한다.

퇴직연금은 기업이 임직원의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재직 중에 퇴직급여를 사외의 금융기관에 적립하고 근로자가 퇴직할 때 연금형태로 지급하는 기업복지제도다. 확정급여형(DB형), 확정기여형(DC형), 개인퇴직연금(IRP형)으로 나뉜다.

메리츠화재는 퇴직연금 제도가 2005년 도입되자마자 국내 손보사 중 가장 먼저 블루오션 시장인 퇴직연금 사업권을 취득했다. 이후 저금리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자 2012년 10월 퇴직연금 신규 영업을 중단했다.

메리츠화재는 당시 관련 사업을 철수하면서 사업권 라이선스를 반납해 현재 사업자가 아닌 비사업자(상품판매제공자)로 퇴직연금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비사업자가 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사업자들보다 유리한 금리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퇴직연금사업자들은 매달 운용상품 금리(이율)를 4영업일 전까지 홈페이지에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데, 비사업자에겐 이같은 의무가 없다. 이에 비사업자가 사업자의 금리를 참고해 이보다 더 높은 금리로 고객을 빼앗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화재 퇴직연금 공시에 따르면 이달 기준 1년 만기 DB형 상품 중 메리츠증권의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와 메리츠화재의 이율보증형보험은 각각 7%, 6%의 이율로 판매되고 있다. 이는 각 업권에서 최고 수준의 금리다.

이와 비교해 사업자인 미래에셋생명은 5.50%, 푸본현대생명은 5.20%, DB손보는 5.11%를 제시했다. 증권업계 역시 사업자인 현대차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은 같은 상품에 대해 각각 5.99%, 5.70%의 이율을 적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퇴직연금은 통상 사업자와 기업 간 1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지는데 80%가량이 12월에 만료돼 300조원 수준의 '머니무브'가 발생한다. 예컨대 A금융사가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면 기존에 계약을 보유하고 있던 B금융사는 C기업이 맡긴 적립금을 통째로 A금융사로 넘겨야 한다.

이 과정에서 A금융사는 기존 퇴직연금 자산에 포함된 채권을 매각한 뒤 현금화해 B금융사에 넘겨줘야 한다. 퇴직연금을 특별계정으로 별도 관리하는 손보사는 채권 매각이 불발될 경우 퇴직연금 지불불이행(디폴트)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95조6000억 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사의 퇴직연금 원수보험료는 4조1150억원으로 나타났는데, 올 상반기 말 기준 23.9% 증가해 5조1000억원으로 불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이 비사업자로 판매를 시작해 커닝공시로 퇴직연금 쪽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며 "업계에서 불만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날 우수 퇴직연금사업자를 선정해 발표했다. 정부는 퇴직연금 가입자의 퇴직연금사업자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하고 퇴직연금사업자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할 목적으로 2018년부터 퇴직연금사업자에 대한 평가를 매년 실시해 있다.

전체종합평가 상위 사업자 5개사로는 미래에셋증권, 신한은행, 신한투자증권, IBK연금보험 등이 선정됐다. 푸본현대생명은 전년 대비 큰 폭의 발전을 이룬 사업자로 뽑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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