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관계에 김구 선생 비전 담아야"

'제1회 백범상' 수상한
스티븐스 전 주한 美대사
1949년 백범이 쓴 휘호
대사관저에 영구 게시해
한미동맹 이정표 삼아
'임정 초대 경무국장' 기념
경찰청도 공동 수상

캐슬린 스티븐스 전 대사가 관저에 건 김구 선생의 휘호. 【사진 제공=한미경제연구소】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가 백범 김구 선생의 사상과 업적을 미국 사회에 알리는 데 기여한 공로로 '제1회 백범상'을 수상했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시상식에서 "한미 관계에 대한 김구 선생의 비전이 한국과 해외에 확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23일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와 백범김구기념관은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제1회 백범상 시상식을 열고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스티븐스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에게 백범상 상장과 기장, 상금 1000만원을 수여했다. 스티븐스 전 대사가 2007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수석부차관보로 재직하면서 김구 선생에 관해 알게 된 후 김구 선생의 삶과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을 미국 사회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김구 선생의 자서전 '백범일지'를 민주주의 관점에서 높게 평가했고, 임기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각종 세미나와 인터뷰로 선생의 사상을 널리 알렸다. 그는 김구 선생의 '한미친선평등호조(韓美親善平等互助)' 휘호를 주한 미국대사 관저에 영구 게시했고, 후임 주한 미국대사들에게도 한미 관계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했다. 이 휘호는 김구 선생이 1949년 1월 전 주한 미국대사관 소속 외교관인 그레고리 헨더슨에게 써준 것이다.

이날 수상식에서 스티븐스 전 대사는 이 휘호를 한국어와 영어로 연이어 말하며 "김구 선생이 말씀하신 한미 친선·프렌드십, 평등·이퀄리티, 호조·코퍼레이션이 어떻게 발전했고 그의 비전이 어떻게 달성됐는지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상금을 미네소타주에 있는 콘코디아 랭귀지 빌리지의 한국어 마을 '숲속의 호수'에 기부할 것"이라며 "(기부한 상금이) 한미 관계에 대한 김구 선생의 정신을 다음 세대가 한국과 미국에서 더욱 잘 실현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스티븐스 전 대사와 공동으로 경찰청도 백범상을 수상했다. 경찰청은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을 지낸 김구 선생을 대한민국 경찰의 뿌리로 받들어 제1호 민주경찰로 공포하고, 각종 행사를 통해 '백범 정신'과 선생의 업적을 널리 알린 공을 인정받았다.

백범상은 자주독립과 평화통일을 위해 헌신한 김구 선생의 애국애족 정신을 널리 알리고, '높고 아름다운 문화의 힘으로 세계 평화를 이루자'는 선생의 사상과 비전을 계승하고자 올해 제정됐다. 이승우 서울지방보훈청장은 축사에서 "백범 김구 선생께서는 애국심과 불굴의 의지로 '대한민국의 완전한 자주독립'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겨레의 참된 스승"이라며 "오늘 이 자리가 선생의 애국애족 정신을 널리 알리고, 선생의 드높은 업적을 후대에 길이 계승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