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상력·반전의 유연한 삼박자…안 볼 이유 없다 '올빼미' [리뷰]

김수영 2022. 11. 2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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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에 인질로 끌려갔다가 8년 만에 귀국한 소현세자의 죽음.

인조실록은 이를 '온 몸이 전부 검은 빛이었고 이목구비의 일곱 구멍에서는 모두 선혈이 흘러나오므로, 검은 멱목으로 그 얼굴 반쪽만 덮어 놓았으나, 곁에 있는 사람도 그 얼굴 빛을 분변할 수 없어서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과 같았다'고 기록했다.

검은 그림자 속에 자취를 감추고 있는 진실은 어둠을 볼 수 있는 경수에게 정체를 들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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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빼미' 23일 개봉


청에 인질로 끌려갔다가 8년 만에 귀국한 소현세자의 죽음. 인조실록은 이를 '온 몸이 전부 검은 빛이었고 이목구비의 일곱 구멍에서는 모두 선혈이 흘러나오므로, 검은 멱목으로 그 얼굴 반쪽만 덮어 놓았으나, 곁에 있는 사람도 그 얼굴 빛을 분변할 수 없어서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과 같았다'고 기록했다.

영화 '올빼미'는 이 한 줄의 기록에서 출발한다. 소현세자의 죽음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독살설을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실존 인물과 가상의 인물, 역사적 사건과 허구의 이야기가 한 데 섞인 팩션 사극. 미스터리한 사건의 진실을 쫓는 구성에 스산하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결합해 장르적으로는 스릴러를 내세웠다.

극의 전체적인 흐름을 주도하는 건 가상의 인물 경수(류준열 분)다. 몸이 아픈 동생을 홀로 키우는 맹인 침술사인 경수는 어의 이형익(최무성 분)으로부터 뛰어난 침술 실력을 인정받아 궁에 입성한다. 동생의 병을 낫게 해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인생 역전'을 기대하며 '궁의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영화는 경수에게 '주맹증'이라는 설정을 더했는데, 이는 작품이 품고 있는 메시지와 반전을 끌어내는 핵심이 된다. 주맹증은 낮에는 볼 수 없고, 밤에만 희미하게 볼 수 있는 증상으로, 영화 제목인 '올빼미'와도 일맥상통한다.

작품에서 궁은 어둠 그 자체다. 밝은 곳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매서운 암투가 장악한 곳이다. 검은 그림자 속에 자취를 감추고 있는 진실은 어둠을 볼 수 있는 경수에게 정체를 들키고 만다. 세자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 경수는 이후 더 큰 비밀과 음모를 알게 되며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진실을 말할 수도, 숨길 수도 없는 치열하고도 외로운 그만의 사투가 어둠이 깔린 궁 안에서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영화는 초반부 경수의 서사를 중점적으로 다루다가 중반부에 그가 궁에 입성해 진실을 마주하는 과정을 적절한 속도로 전개한다. 후반부에 이르러 "봐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하며 사는 걸 신념으로 삼던 경수가 진실에 다가서고 영웅적으로 활약하는 모습은 절정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그 사이에 녹아든 반전은 마지막까지 집중도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촘촘하게 더하니 뼈대에 흔들림이 없다. 여기에 유해진부터 류준열, 최무성, 조성하, 박명훈, 김성철까지 탄탄한 배우들의 연기력 덕에 빈틈마저 없다.

'올빼미'를 통해 처음으로 왕의 자리에 앉은 유해진의 연기는 감탄을 자아낸다. 그는 얼굴 근육을 이용해 구안와사로 마비가 오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는가 하면, 광기에 휩싸인 왕의 모습으로는 단번에 공포감을 유발한다.

특히 놀라운 건 극을 끌고 가는 류준열의 힘이다. 앞서 유해진은 "류준열이 성장했다. 점점 굵은 기둥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영화를 보면 단번에 이해가 된다. 밤에는 눈이 보인다는 걸 철저히 숨겨왔던 경수가 "내가 봤다"고 외치는 모습에 마치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얼얼함이 느껴진다. 목숨을 내놓고 진실을 밝힌 그의 용기는 문득 작금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23일 개봉.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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