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은 언어장벽 뚫는 마법의 힘 갖고 있죠"

고보현 기자(hyunkob@mk.co.kr) 2022. 11. 2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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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브로드웨이 뮤지컬 'KPOP' 극작가 제이슨김·작곡가 헬렌박
오는 27일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정식 개막하는 뮤지컬 KPOP의 공연모습. 【사진 제공=Matthew Murphy】

어린 시절 할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를 사랑한 소년과 그룹 H.O.T.가 부른 캔디에 푹 빠져 있던 소녀. 이들은 훗날 자라나 전 세계 관객에게 한국을 알리는 무대 선봉에 섰다.

오는 27일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리는 뮤지컬 'KPOP'의 한국계 미국인 극작가 제이슨 김(37)과 공동작곡가 헬렌 박(36) 이야기다.

뮤지컬 KPOP은 한국 대중문화를 주제로 한 최초의 브로드웨이 작품으로, 세계 공연계의 중심인 뉴욕 브로드웨이 서클인더스퀘어시어터에서 프리뷰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달라진 K팝의 위상을 증명이라도 하듯, 작품은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과 현지 관객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공연의 중심에는 뮤지컬 KPOP을 기획한 작가 제이슨 김과 작곡가 헬렌 박이 있다. 제이슨 김은 뮤지컬 외에도 미국 HBO 드라마 '배리(Barry)' '걸스(Girls)'와 넷플릭스 '러브' 등을 집필한 에미상 단골 후보 작가다. 최근에는 할리우드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스핀오프 신작의 각본을 작업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부산 출신 헬렌 박은 중학교 3학년 때 캐나다로 건너간 뒤 뉴욕대 대학원에서 뮤지컬 작곡을 전공했다. 부모님의 권유로 진학했던 의대를 그만두고 음악을 택해 뮤지컬 작곡가의 길을 걸어왔다.

"어렸을 때부터 사랑해온 분야가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어 정말 기뻐요. 작품을 만들 때에도 K팝이 뭔지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됐죠."(제이슨 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북한인지 남한인지 농담 아닌 농담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어요. 하지만 방탄소년단(BTS)의 성공과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의 인기로 큰 변화가 생긴 걸 느낍니다."(헬렌 박)

둘의 어린 시절에서 한국 문화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제이슨 김은 "휴대폰과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 미국으로 건너왔다"며 "서울에서 가져온 K팝 CD와 카세트테이프는 고향과의 유일한 연결고리였다"고 돌아봤다. "어렸을 적 이야기를 사랑하는 할머니 밑에서 자랐어요. 그분 덕에 작가가 됐고 할머니가 저에게 해줬듯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해 나가고 싶어요."

헬렌 박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산 앨범이 룰라 4집이었다"며 "그 후 H.O.T.의 캔디에 빠지면서 아이돌 음악에 눈을 뜨게 됐다"고 전했다.

이번 뮤지컬은 가상의 한국 기획사 RBX가 솔로 여가수 무이와 걸그룹, 보이그룹 등을 준비시켜 미국시장에 데뷔하는 과정을 그렸다. 무대 위 화려하게 빛나는 아이돌이지만 연습생 시절부터 데뷔 후까지 겪는 애환을 입체적으로 살렸다. 거대 산업에 가려진 육성 시스템, 미국에서 겪게 되는 차별과 인종혐오 등 묵직한 주제도 함께 다뤘다.

"세계적으로 높은 인구 비율을 차지하는 게 아시안이지만 주류 미디어에서는 동양인의 이야기가 지나치게 단순화돼 있어요. 팬데믹으로 생긴 아시안 혐오 현상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에는 현재를 사는 젊고 다양한 아시안 캐릭터를 다루려고 노력했죠."(헬렌 박)

"코로나19가 아직 끝나지 않은 데다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시대에 이 작품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자라면서 무대 위 한국인 캐릭터를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뮤지컬 KPOP 객석에 동양인 관객이 보이면 더없이 기뻐요." (제이슨 김)

2017년 오프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위주로 알려졌던 한국 대중문화는 어느새 세계를 휩쓰는 글로벌 트렌드가 됐다. 이번 공연에는 걸그룹 F(X)에서 활동했던 루나를 비롯해 민(걸그룹 미쓰에이), 김보형(걸그룹 스피카), 케빈(보이그룹 유키스) 등 실제 아이돌 가수 출신 배우들이 캐스팅됐다. 배역을 따낸 22명 중 유색인종이 21명인 점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제이슨 김은 "루나와 케빈, 민, 보형과 함께하는 것은 진정한 기쁨"이라고 극찬했다.

마지막으로 K팝이 전 세계 팬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묻자 헬렌 박은 이렇게 답했다. "K팝은 음악의 힘으로 언어장벽을 뚫는 마법의 힘을 지녔어요. 저희는 이번 작품에서 그걸 조금이나마 보여주는 게 목표입니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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