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이후 안전운임제 위해 한번도 안 만난 화주와 노동자…결국 화물연대 다시 총파업
화물연대는 지난 6월14일 총파업을 8일 만에 중단했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5개월이 지나도록 ‘지속 추진’을 위한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화물연대는 “국토부가 합의를 파기했다‘고 주장하며 24일부터 다시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화물연대의 총파업 재개는 예견된 일이었다. 화물연대는 지속 추진을 안전운임제 일몰 완전 폐지(영구화)로 받아들여 합의했지만, 국토부는 동의하지 않았다. 또 당시 합의문에 들어간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도 더 이상 논의하지 않았다.
총파업 3일 전 법 개정안 발의, 하루 만에 결정
지난 6월 이후 5개월이 지날 때까지 정부는 방관했다. 국토부는 국회가 입법안으로 해야 한다고 미뤘다. 국회에선 여야가 지난 7월 민생경제특별위원회(민생특위)까지 꾸렸지만 성과 없이 끝났다.
안전운임제 지속을 논의하기 위해 화주단체와 운수사업자, 화물노동자가 한 테이블에 앉은 적도 없다. 화주와 운수사업자, 화물노동자 등으로 구성된 안전운임위원회가 있지만 안전운임제에 대해서는 한 번도 논의하지 않았다. 올해 연말에 종료되는 안전운임제의 일몰 시한을 연장하려면 올해 10월31일까지 위원회 심의가 이뤄졌어야 했다.
화물연대가 총파업 재개를 선언하자 국토부와 여당은 지난 22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차종·품목 확대는 불허하고, 일몰 시한을 3년 연장한다”고 결정했다. 이마저도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차종·품목 확대’를 주장해온 화물연대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
당정협의회의 결정은 지난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바탕으로 했다. 지난 6월 총파업 이후 여당이 낸 첫 번째 관련 법안이기도 하다. 이 개정안에는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을 3년 연장하고, 화주 책임을 덜어주면서 과태료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정협의회는 김 의원이 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지 하루 만에 논의를 진행해 결정을 냈다. 김 의원 측은 당정협의회 결정 이후, 화주 책임을 덜어주는 내용은 삭제하고 일몰 시한 3년 연장만 담은 개정안을 지난 22일 재발의 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일몰 시한을 연장하는 안을 급하게 던져놓고 마치 정부의 역할을 다 했다는 식의 태도는 매우 악의적”이라며 “개악안은 안전운임제 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는 법안이고, 재발의 했어도 앞으로 개악시도를 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약속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운임제 별도 분석한 국토부 “효과 불분명”
안전운임제는 낮은 운임으로 과로·과적·과속 운행이 굳어진 화물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다. 국토부 의뢰로 한국교통연구원이 분석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2021년12월)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사업용 특수자동차의 교통사고 건수는 1065건으로, 2019년(1092건) 대비 2.5% 줄었다. 부상자도 1575명으로 2019년(1681명) 대비 6.3% 줄었다. 다만 사망자는 1명 더 늘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안전운임 적용 대상인 ‘컨테이너·시멘트’ 품목의 사업용 특수자동차 사고현황도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사업용 특수자동차 컨테이너의 주요 항만기점별 교통사고 건수는 2020년 173건으로 2019년과 같았지만, 사망자와 부상자 모두 줄었다. 사망자는 2020년 4명으로 집계돼 2019년(5명)보다 1명 감소했고, 부상자는 245명으로 전년도(261명)보다 16명 줄었다. 시멘트 품목의 경우 생산·유통지별 교통사고 건수가 2020년 73건으로 2019년 64건보다 늘었는데, 사망자는 1명 줄었다.
교통연구원 조사는 ‘안전운임제의 효과’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개선효과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하는 국토부 별도 자료도 있다.
국토부는 연구용역 자료에 2021년 자료가 빠졌다면서 별도 조사에 나섰다. 국토부 분석(2022년 9월)에 따르면 사업용 특수자동차의 교통사고와 사망자 수는 2021년에 모두 늘었다.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대상 차량은 (국토부가 조사한) 사업용 특수자동차 중 78%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22일 “(품목 확대는) 연구용역 결과 안전개선 효과는 뚜렷하지 않고 (화물차주) 소득을 올리는 효과만 나왔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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