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원영, 성실함으로 일군 '연기 금수저'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다채로운 연기만큼이나 풍기는 분위기와 언변도 유려했다. 최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금수저'와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토일드라마 '슈룹'에서 두루 활약한 배우 최원영의 이야기다. 최원영은 성실함을 미덕으로 여러 작품에서 다단한 인물들을 연기해왔다. 역할의 크기를 떠나 늘 작품 안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고, 그에 따라 대중에게 신뢰할 수 있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가랑비처럼 젖어든 배우'라는 수식이 딱 들어맞는다.
'금수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아이가 우연히 얻게 된 금수저를 통해 부잣집에서 태어난 친구와 운명을 바꿔 후천적 금수저가 되는 인생 어드벤처 스토리를 다룬 작품이다. 최원영은 극중 위 1%의 재벌 도신그룹의 회장이자 황태용(이종원)의 아빠 황현도를 연기했다. 황현도는 단정하고 절제된 이미지와 달리 돈을 향한 집념과 욕망에 빠져 살아온 인물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짓도 마다하지 않는 잔인함으로 극에 서늘함을 불어넣었다. 최원영은 그런 황현도의 섬뜩하고 냉혈한적인 면모를 다채롭게 변주하며 '금수저' 속 '연기 금수저'로 극의 무게감을 탄탄하게 받쳐줬다.
'슈룹'에서는 태평성대를 연 애민군주 이호를 연기하며 '금수저'와는 상반된 선한 카리스마 연기로 사랑받고 있다. '슈룹'은 우산을 뜻하는 옛말로, 로열 패밀리의 특별한 왕실 교육과 진정한 차기 제왕의 재목을 가리기 위한 치열한 궁중암투를 그리고 있는 드라마다. 이호는 후궁의 아들로 왕이 되어 정통성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졌지만 그만큼 중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이상적인 성군이다. 무엇이 옳은지를 정확하게 바라볼 줄 아는 왕이다. 최원영은 이호의 다단한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시청자로부터 많은 호평을 받았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사람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최원영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기자를 마중했다. '금수저'와 '슈룹' 속 상반된 연기를 동시에 소화해내기가 어렵지 않았냐고 묻자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죠. 그런데 배우의 일이라는 게 그런거죠. 이러한 상황들을 즐길 줄 아는 거요"라며 말간 미소를 지어보였다.
"각 인물들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조금이라도 잘 다가가기 위해서 한발한발 내디뎌요. 선역이건 악역이건 간에 역할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은 늘 있죠. 대개 대본을 근거로 캐릭터를 구축하려고 해요. 단순히 대사를 외우기보다는 여러 번 읽고 전체적인 맥락을 짚어요. 대본을 계속 보다보면 인물에게 새롭게 발견되는 지점이 있어요. 그렇게 전체적인 맥락을 짚고 작품의 의중을 살피는 거죠. 일상에서도 계속 그 생각을 하면서 지내요. 아이와 색종이를 접다가 보라색을 보고 '황현도는 이런 짙은 색을 지녔을 것 같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인물을 계속해서 유추하고 탐구하면서 만들어가려고 해요."
'슈룹'의 인기와 더불어 연기에 대한 칭찬을 건네자 "그저 복"이라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최원영은 2002년 영화 '색즉시공'으로 데뷔한 후 20여 년간 수많은 조단역을 거친 뒤에야 오늘날의 안정을 이룩했다. 연기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으로, 역할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로,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로 여러 얼굴들을 변화무쌍하게 소화했다. 그 덕에 최원영은 소위 '전문 배우'라 불리는 고정된 이미지 없이 다양한 작품에서 겹치지 않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궁금증을 일으키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수행하는 것들에 대해서 좋게 봐주시는 건 저의 복이고 수혜라고 생각해요. 사실 특별한 재주가 있어서 제가 잘 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대중 분들이 오랫동안 좋아하고 신뢰하고 있는 선배 연기자 분들이 많잖아요. 저도 그런 배우들의 영향력을 보면서 감탄해요.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저도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이죠. 욕망이라고 할 수도 있고 욕심이라고 할 수도 있죠. 그런 지점들을 생각했을 때 작품에서 어떻게 저의 연기를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하는 거죠. 그런 작업들을 하나 둘씩 성취했을 때 뿌듯함도 있고요. 이렇게 꾸준히 발판을 이어나가면 언젠가 저의 존재감도 그렇게 발현되지 않을까요."
최원영은 지난해부터 JTBC '너를 닮은 사람'을 비롯해 KBS2 '꽃 피면 달 생각하고', '금수저', '슈룹'까지 출연작마다 주연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활약했다. 지난날의 가랑비가 드디어 샘물이 되어 결실로 맺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자신의 연기가 아쉽다고 말한다. 최원영은 "한 인물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서 숨을 쉬게 만들어야 하는 게 배우의 일이잖아요. 그러한 연기에 있어서 완벽하게 잘했다는 건 있을 수 없어요. 늘 아쉬워요. 부족한 것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반성하면서 애를 쓰려고 노력할 따름이죠"라고 말했다.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두 눈에 빛을 밝히며 열변을 토하는 그를 보고 있자니 앞으로 그의 10년, 20년, 30년이 더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그냥 동료 배우과도 이런 말을 자주해요. 현역에서 활동하는 선생님들을 보면 존경스럽고 또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요. 배우로서 저의 가치관은 묵묵히 주어진 것을 수행하고, 일희일비하지 말자는 거예요. 그저 묵묵한 배우로 나아가고 싶어요. 세월과 나이는 자연스럽게 쌓일 테고, 그런 것마저 향기롭게 대중에게 전해지는 날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에서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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