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러 한마디에 에너지 가격 '출렁'…횡재세 도입 탄력받나
에너지안보 우려 심화…'천문학적 수익' 에너지 기업 비판↑
英 이어 獨·이탈리아 등 유럽국가들 잇단 횡재세 도입 추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가 서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공급량 축소를 시사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설을 일축하며 겨울철을 앞두고 에너지 안보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이미 천문학적 규모인 에너지 기업들의 이익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의 횡재세 도입도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사우디 감산·러 가스 공급 축소 시사…유가·가스값 급등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1.14% 상승한 배럴당 80.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82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전날 WTI 가격은 지난 9월 30일 이후 처음 배럴당 70달러대로 떨어졌는데, 하루 만에 다시 80달러대로 올라선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하루 최대 50만배럴까지 산유량을 늘릴 수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와 관련, 사우디가 증산은 커녕 추가 감산 가능성까지 내비쳤기 때문이다. 압둘아지즈 빈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수급 안정을 위해 생산을 더 줄여야 하는 추가 조처가 필요하다면 OPEC+는 항상 시장에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잘라 말했다.
천연가스 가격도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은 전일대비 8% 이상 치솟아 메가와트시당 124.50유로를 기록했다.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이 “우크라이나가 몰도바로 가는 가스를 빼돌리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가스관에 대한 공급량을 오는 28일부터 줄일 수 있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올 겨울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바로 옆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고 있는 유럽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가스관이 러시아에서 서유럽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마지막 남은 통로인 데다, 전례에 비춰보면 이마저도 러시아가 ‘생트집’을 잡아 다른 가스관들처럼 공급을 아예 차단할 수 있다.
영국 이어 독일·이탈리아 등 유럽국가들 잇단 횡재세 도입 추진
유럽연합(EU)은 목표한 재고 물량을 확보했고 절전 캠페인도 적극 펼치고 있다면서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날씨가 추워지면 순식간에 재고가 동날 것이란 경고가 제기된다. 이에 취약계층에 대한 재정 지원 요구와 더불어, 에너지 기업들에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반면, 에너지 기업들은 막대한 수입을 거둬들이고 있어서다. 글로벌 석유 공룡 엑슨모빌, 셰브론, 쉘, 토탈에너지,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올 3분기 순익은 500억달러(약 67조 6000억원)에 육박한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독일 정부가 석유·석탄·가스 및 정유 기업들의 초과 수익에 33%의 세금을 부과한다는 목표로 횡재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8~2021년 평균 대비 2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탈리아 정부가 전날 의결한 2023년 예산안 초안에도 내년 7월까지 에너지 기업들에 대한 세율을 25%에서 35%로 인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영국은 횡제세 세율을 4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 17일 예산안을 발표하며 석유·가스 회사에 대한 횡재세 세율을 종전 25%에서 내년부터 35%로 올리고, 부과 기간도 2026년에서 2028년 3월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도 지난주 석유·가스 회사에 최대 40%의 횡재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스페인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석유·가스 발전소에 횡재세를 부과했고, 내년부터 2년 간 추가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주도로 횡재세 도입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화석연료에 친화적인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해 시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외에도 벨기에, 폴란드, 체코 등이 횡재세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옥스퍼드대 경제·공공 정책 부교수인 아이렘 구체리는 “한시적 횡재세 도입만으론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겠지만,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은 통제할 수 없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전례 없는 생활비 충격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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