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진단의 오류 정확하게 진단되어야 예후를 예측할 수 있다.

2022. 11. 2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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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은 충분히 교육을 받은 전문의사라고 해도, 과진단과 저진단의 비율이 가장 높은 질병이기도 하다. 과진단은 불필요한 치료를 초래하며, 저진단은 병으로부터 환우를 지켜주지 못하는 과오로 이어진다. 잠깐 발생하는 발작에 대한 정확한 증상을 제공 받기가 어렵고, 확정적인 검사 방법의 정확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뇌전증은 신경계 질환 중에서 진단적 오류가 가장 많은 질환이다. 비교적 의료가 발전한 호주에서 조사된 결과에서도, 뇌전증으로 진단되어 약물 복용 중인 환자들의 20%에 이르는 환자들이 실제 뇌전증이 아닌 실신 등의 돌발 행동 질환이었던 것으로 보고된 적도 있다.

특히 소아는 증상을 스스로 표현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발작으로 오인하고, 병원에 가더라도 전문 지식이 부족한 경우에 이런 증상들을 뇌전증 증상으로 오인하여 약을 투여하는 경우도 있다. 그 반대로 뇌전증 아이들에서 발생하는 발작이 워낙 미세하여, 진단이 늦어져서 오랜 기간 방치되거나, 심지어 이로 인해 영구적 인지 장애가 초래되는 경우도 있다.

결국 뇌전증은 과진단 및 저진단의 위험성이 매우 높은 질환이다.

뇌전증 진단이 어려운 이유는 증상이 매우 다양하고, 증상에 대한 설명을 본인 또는 보호자가 정확히 하지 못한다는 이 질환의 특성 때문이다. 발작이 있을 때, 환자는 의식을 잃기 때문에 본인의 증상을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주변의 목격자들도 당황하여 증상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요즘은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어서 가져오는 경우가 흔해졌으나, 증상이 짧을 경우에 이 역시 동영상으로 담기가 쉽지 않다.

진단이 쉽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진단을 위해 시행하는 검사가 확증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당뇨병은 혈당이 높은 것으로, 고혈압은 혈압이 높은 것으로, 신경 질환 중에도 치매는 인지 검사로, 뇌졸중은 뇌영상에서 출혈이나 경색이 있는 것으로 100% 진단이 되지만, 뇌전증은 핵심적인 진단 방법인 뇌파 검사와 원인을 진단하는 영상 검사의 확진율이 50%를 넘지 않는다. 또 뇌전증 진단에 가장 핵심적인 진단 검사인 뇌파검사의 기록과 판독, 해석이 가장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이용되는 검사 도구 중에 가장 어려운 진단 도구가 ‘뇌파 검사’다.

뇌전증 환자가 발작을 매일 반복하지 않듯이, 일정 시간 기록하는 뇌파의 비정상 활동 역시 지속적으로 발생하지는 않기 때문에, 실제 이상이 있어도 검사를 하는 시간 동안에는 정상 뇌파만 기록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진단적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자연 수면 상태의 뇌파를 기록한다거나, 뇌파를 반복 기록한다거나, 장기간 뇌파 검사를 찍는다거나 하는 여러 시도를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장 1주일 이상의 장기간 지속뇌파를 찍지 않는한 뇌파의 진단 확률을 100%로 높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뇌파 검사의 진단율을 올리기 위해서 고도로 훈련된 뇌파 기사가 세심하게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면서 기록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또 이를 판독하는 의사 역시 고도의 교육과 훈련을 거쳐야 가능하기 때문에, 일선 의료 현장에서 뇌전증의 과진단 및 저진단율이 높은 이유가 되기도 한다.

뇌전증으로 진단이 된다고 하더라도, 어떤 종류의 뇌전증인지, 어느 부분에서 발생하는 뇌전증인지, 어떤 원인에 의해서 발생한 뇌전증인지, 어떤 경과를 갖는 뇌전증인지, 그리고 어떤 치료가 가장 효과적일 수 있는 뇌전증인지 등을 세분화해서 진단하는 과정은 더욱 쉽지 않다 어떤 종류의 뇌전증인지를 진단해 가는 과정은 정확한 병력과 증상, 뇌파 검사, 뇌기능 평가, 영상 검사 등 가용 가능한 모든 정보들을 이용하여 마치 퍼즐 게임을 하듯 짝을 맞추어서 큰 그림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특별한 전문적인 진료가 요구된다.

특히 뇌가 발달하는 과정에 있는 소아 뇌전증의 경우, 나이에 따라 증상이나 뇌파, 경과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더욱 더 다양한 정보가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발작의 종류가 가장 중요하지만, 발작이 시작되는 나이, 발달 지연 등의 대뇌 기능 장애의 동반 여부, 어떤 경과와 예후를 보이는지, 이런 정보들이 모두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역할이 뇌파 검사 결과이기 때문에, 잘 기록되고 잘 판독된 뇌파 검사는 뇌전증 진단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뇌파 검사가 잘 이루어진 상태가 아니라면, 의료진들은 핵심 퍼즐을 알지 못한 채로 그림을 추측해 가야하는 심각한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뇌전증의 진단은 치료를 결정하거나, 병의 경과와 예후를 예측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진단이 잘못되면 환자는 필요 없는 약물을 오랜 동안 복용해야 하거나, 반드시 치료해야 되는 상태를 오랜 기간 방치하여, 피할 수 있는 사고 또는 인지 저하와 같은 장애가 초래 될 수 있다. 실제 임상에서 뇌파 검사를 잘못 진단하여, 필요 없는 약물을 수년간 복용하는 경우와, 수술과 같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서 단순한 약물 치료만 하다가 심각한 장애가 초래되는 증례들을 아직까지도 드물지 않게 경험하고 있다.

뇌전증은 정확히 진단되어야, 치료뿐 아니라 경과와 예후를 예측할 수 있다. 자라면서 스스로 극복이 되는 양성 경과를 가지고 있는 뇌전증인지, 보다 강력한 치료가 필요한 중증 뇌전증인지가 확인되지 않으면, 양성 뇌전증 환우 또는 부모들은 중증 뇌전증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고, 중증 뇌전증 환우 또는 부모들은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상황을 방치하다가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인 경과를 겪게 될 수 있다.

뇌전증은 매우 다양한 원인들과 서로 다른 증상들 그리고 다양한 경과를 가지고 있는, 각 환자마다 서로 다른 매우 다른 여러 종류의 질환이다. 정확한 진단이 되지 않으면, 그 환자에 맞는 개별화된 정보가 부족한 상태로부터 초래되는 당혹감에 사로잡힌다. 이런 당혹감은 막연한 두려움과 질병에 대한 과민함으로 이어진다. 모든 질병들이 그렇듯이, 병에 대한 무시도 문제지만 병에 대한 과민함도,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뇌전증 환우들이나 부모들이 우울, 불안과 같은 정서 장애에 대한 이환율이 높은 이유가 되기도 한다.

모든 환우들이 자신이나 자신의 자녀들의 뇌전증을 정확하게 알고,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야 이런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치료라도 늦지 않게 상태에 맞는 치료를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상태가 되기 위해서 뇌전증에 대한 세분화된 정확한 진단은 필수적이다.

김흥동 우버객원칼럼니스트(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신경과 교수, 한국뇌전증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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