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에 10조 쌓인 HMM…민영화 시점 놓고 '동상이몽'

김남이 기자 2022. 11. 2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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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성 자산만 10조원을 보유 중인 HMM의 민영화를 두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해양수산부가 엇박자를 타고 있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은은 HMM 매각과 관련한 시장 상황을 파악했다.

특히 현재 HMM에 쌓인 10조원가량의 현금성 자산이 오히려 빠른 매각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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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6000TEU급 누리호 /사진제공=HMM

현금성 자산만 10조원을 보유 중인 HMM의 민영화를 두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해양수산부가 엇박자를 타고 있다. 최근 산은이 매각 관련 시장 분위기 파악에 나서자 해수부가 당황하는 모양새다. HMM은 현재 해수부 산하의 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가 단독 관리 중이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은은 HMM 매각과 관련한 시장 상황을 파악했다. 잠재적 인수 후보 기업들에게 HMM이 매물로 나왔을 경우 입찰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산은은 현재 HMM 지분 20.6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하지만 19.96%의 지분을 보유한 해진공과 전혀 논의 없이 매각 태핑(사전수요조사)을 진행했다. 매각을 두고 두 기관의 시각차가 보이는 부분이다. 현재 HMM은 해진공이 단독 관리하면서 산은은 HMM 관리에서 손을 뗀 상태다.

해수부는 산은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 부서에도 사실 여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산은은 분위기만 살폈을 뿐 특정 기업과 매각방안을 논의하거나 타당성 검토를 위한 실무팀 구성은 없다고 해명했다.

두 기관의 수장도 HMM 매각을 두고 시각차이가 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HMM은 정상 기업이 됐기 때문에 조속히 매각해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이달초 "HMM은 제대로 된 주인을 찾아주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해야한다는 방향이다.

대우조선해양과 달리 HMM은 수의계약을 통해 매각이 어려운 구조다. 상장된 정상기업으로 경쟁 입찰을 통해 매각가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본다. 특히 산은 지분만을 매각하거나 지분을 쪼개 파는 것은 인수자 입장에서 큰 이점이 없다. 경영권 행사가 어려워서다. HMM은 신용보증기금도 5.02%의 지분을 갖고 있다.

특히 현재 HMM에 쌓인 10조원가량의 현금성 자산이 오히려 빠른 매각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3분기말 기준 HMM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0조3123억원이다. HMM의 시가총액(10조8800억원)과 맞먹는 규모의 현금을 보유 중이다.

경영권을 가져가는 기업이 10조원의 현금도 갖고 가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해운경기 침체와 막대한 현금을 가진 지금을 매각 적기로 본다. 산은의 매각 분위기 파악도 이같은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수부의 생각은 다르다. 10조원은 해운업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구조를 만드는데 먼저 쓰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사기업에 흘러가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HMM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유일한 국적 원양선사라는 점에서 신중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2조7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처리 방향도 선결과제로 꼽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수부와 산은은 예전 HMM을 공동관리할 때도 서로 의견 차이가 많았다"며 "매각 시점이나 방향을 결정할 때도 서로 의견을 모으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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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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