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항쟁 기념식에 가수 섭외해 놓고 본인 곡 대신 "희망찬 곡 부르라" 한 행안부

인현우 2022. 11. 2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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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가 지난 10월에 열린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 당초 출연할 예정이던 음악가의 곡을 부르지 못하게 하면서 결과적으로 출연 자체를 무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JTBC의 보도를 보면 당초 재단 측에서는 이랑을 섭외하면서 "'늑대가 나타났다'라는 곡은 마치 부마민주항쟁의 당사자들이 겪었던 이야기처럼 들린다"고 밝히며 기념식에서 공연을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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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마항쟁 기념식 '늑대가 나타났다' 공연하려던 이랑
행안부 돌연 "희망찬 분위기 선곡" 요청에 공연 취소
"사실상 검열" "부당한 권리침해" 지적 나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6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43주년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가 지난 10월에 열린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 당초 출연할 예정이던 음악가의 곡을 부르지 못하게 하면서 결과적으로 출연 자체를 무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JTBC 보도에 따르면 행전안전부는 기념식을 3주 앞두고 기념식을 기획하는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측에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 공연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늑대가 나타났다'는 이랑이 2021년 발표한 곡으로 빈곤과 부정의에 저항하는 약자들의 활동을 은유적으로 다루는 노랫말을 담고 있다. 이 곡이 포함된 이랑의 앨범 '늑대가 나타났다'는 2022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과 '최우수 포크 음반'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JTBC의 보도를 보면 당초 재단 측에서는 이랑을 섭외하면서 "'늑대가 나타났다'라는 곡은 마치 부마민주항쟁의 당사자들이 겪었던 이야기처럼 들린다"고 밝히며 기념식에서 공연을 원했다.

하지만 기념식 3주를 앞두고 행안부가 개입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공연 연출을 담당한 강상우 감독은 "(재단 측에서) 이걸 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 그 지시를 수행하지 않으면 재단의 존립이 위험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재단 측 관계자도 "행안부가 무색무취의 기념색을 원했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재단 측은 이랑에게 본인의 곡이 아닌 '상록수'를 부를 것을 요청했고, 이랑이 이를 거절함으로써 출연 자체가 취소됐다. 게다가 2개월 동안 공연 준비에 매달렸던 이들은 당초 지급이 약속된 감독 연출료 1,000만 원과 가수 공연비 700만 원도 정산 받지 못했다.

재단과 행안부가 서로 지급 책임을 미루며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행사 용역 대행업체에서 "감독과 가수 합쳐 700만 원만 지급하겠다"는 통보가 나왔고, 상급 기관에 해명을 요청하겠다고 하자 이마저도 지급이 되지 않았다.

이랑 3집 '늑대가 나타났다' 콘셉트 사진. 유어썸머 제공

행안부는 보도가 나온 후 22일 내놓은 해명에서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기념공연 노래를 행안부에서 검열해 빼도록 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미래세대와 부마항쟁의 성과를 공유한다는 취지에 부합하도록 밝고 희망찬 분위기의 선곡을 검토해 달라는 의견을 재단에 전달한 바 있다"고 밝혔다. 정산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용역 대행업체와 재단이 논의 중"이라면서 책임을 돌렸다.

이런 해명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선 "그게 검열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재단은 행안부 예산을 받는 위치이기 때문에 사실상 행안부 요청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아티스트를 섭외해 본인의 창작곡을 공연할 것을 요청했다가 갑자기 다른 곡을 요청한 재단의 태도 역시 무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22일 SNS를 통해 "윤석열 정부는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라면서 "가수 이랑 님에 대한 부당한 권리침해에 함께 맞서겠다. 행안부는 즉각 이랑 님과 공연을 준비한 모든 분들에게 사과하고 관련 비용을 정산하고 책임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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