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전제품 설치 기사, 근로자 아냐…퇴직금 없다"

최진석/곽용희 2022. 11. 2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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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 배송·설치하는 '설치 기사'는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이므로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최근 법원이 근로자성을 넓게 인정하면서 가전제품 설치 기사들을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는 가운데, 같은 업종에서 다른 결론이 나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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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판토스 소속 설치기사들, 퇴직금 소송
최근 '설치기사=근로자' 인정 판결 잇따른 가운데
법원 "보조기사 쓰는 등 자영업자 요소 강해" 기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정에 배송·설치하는 '설치 기사'는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이므로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최근 법원이 근로자성을 넓게 인정하면서 가전제품 설치 기사들을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는 가운데, 같은 업종에서 다른 결론이 나와 눈길을 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 민사부(재판장 정봉기)는 지난 17일 가전제품 설치 기사 15명이 주식회사 엘엑스(LX)판토스를 대상으로 청구한 퇴직금 등 청구의 소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법원 "가전제품 배송기사, 근로자 아냐"

엘엑스판토스는 LG전자 가전제품을 전문적으로 고객 집에 배송·설치하는 회사다. 회사는 '개인사업자' 모집 공고를 내고 차량을 보유한 기사를 모집해 왔다. 기사들은 이 회사의 지역 물류센터에서 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일해왔으며, 세부 설치 지역은 기사들끼리 협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해왔다.

또 모바일 단말기를 통해 회사 물류정보시스템에 접속해 당일 배송설치 물량 정보를 전달받고 직접 고객들과 연락해 방문 일시 등을 결정했다. 보수는 기본급이나 고정급 없이 설치 실적에 비례한 용역료로 지급받아 월별 편차가 컸다. 한 기사의 경우 한 달 204만원부터 많게는 1217만원까지 들쭉날쭉했다. 업무를 보조할 부기사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사들은 "회사와 물류업무위탁계약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종속적 지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라며 퇴직금을 청구하고 나섰다. 업무 수행 내역을 PDA 등에 입력하도록 했고, 배송기사들이 팀을 조직하고 회사가 조장을 통해 업무를 지시하는 등 회사의 '업무상 지시·감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업무장소를 회사가 임의 지정·변경하는 일이 없었고, 근태를 확인하지도 않았다"며 " PDA 입력도 위임 업무 처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제공이었으며, 조장은 설치 기사들이 업무 편의를 위해 자율적으로 선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사들은 "고객과 직접 배송·설치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자신들의 업무가 회사에 종속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소비자가 전자제품을 구매하면 판매자가 배송·설치를 부담하는 국내 전자제품 유통시장의 특성 탓"이라며 일축했다. 

 ◆직원 두거나 동료 기사와 협업...법원 "자영업자 요소 강해" 

법원은 기사들이 가진 자영업자로서의 지위가 더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배정된 물량을 다른 기사들에게 넘기거나 업무장소를 변경하는 것도 회사의 승낙 없이 가능했다"며 "설치 기사들은 여러 명의 부기사를 고용해 더 많은 배송 물량을 받거나 서로 협업해서 수행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력을 수행해 왔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사업을 영위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밖에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설치에 필요한 차량이나 작업 도구를 직접 구매한 점 △기본급·고정급이 없고 실적에 따라 보수가 산정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한편 최근 법원은 코웨이, 쿠쿠전자 등의 설치 기사들이 제기한 퇴직금 소송에서는 잇따라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번 판결은 동종업계 유사 사례임에도 결론이 달라 눈길을 끈다.

한 대형 로펌 노동전문 변호사는 "유사한 업무형태라고 하더라도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명의 정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며 "특히 이 회사 가전제품 설치기사들이 회사의 관여 없이 부기사를 채용해 업무를 수행한 점이 개인사업자성을 더욱 부각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진석/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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