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지역가입자 10명 중 3명, 이번 달 평균 4만원 오른 청구서 받는다

김명지 기자 2022. 11. 2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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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만 지역가입자 이달 건보료 4만 2612원 인상
지난해 연말 부동산 가격으로 보험료 산정
전국 주택 가격 올들어 하락세...세종은 작년 상승분 내 줘
일러스트=손민균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모(60)씨는 얼마 전 건강보험료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지난달 직장을 나오면서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편입됐는데, 보험료 고지 금액이 40만원이 넘게 청구된 것이다. 지난달까지 월 300만원 정도 급여를 받을 때는 한 달에 10만원 정도가 월급에서 빠져 나갔다. 지역가입자가 되면 보험료가 오른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인상폭이 너무 컸다. 국민건강보험 공단 측에 문의해보니 김씨가 살고 있는 송파구 아파트 공시지가가 많이 올랐고, 어머니에게 상속받은 부동산이 보험료 산정 대상에 포함되면서 보험료가 크게 올랐다. 은퇴 후 별다른 소득이 없는 김씨는 건보료가 부담스러워 이를 줄일 방법이 없는지 알아보고 있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825만 가구 가운데 282만 가구(34.2%)의 보험료가 이달 분부터 큰 폭으로 인상된다. 지역 가입자 10명중 3명이 다음 달부터 건보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공단이 이달 보험료 부과분부터 지난해 소득과 재산과표를 반영해 산정하는데, 그 기준이 되는 지난해 연말 전국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보험료도 덩달아 올랐다. 올들어 전국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데, 건보료는 오르면서 지역가입자들 사이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소득 중심 건보 개편’으로 지역가입자 보험료 부담이 줄었다는 보건복지부의 홍보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825만가구 가운데 34.2%(282만가구)가 다음달 내야 하는 건보료(11월 고지분)가 이달(10월 분)과 비교해 평균 38.4%인 4만 2612원 인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단이 11월분 보험료부터 지난해 소득, 재산을 반영해 인상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그래픽=김명지

앞서 건보공단은 지역가입자의 건보 보험료가 11월분부터 인상된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전체 가구의 평균 보험료는 8만 8906원으로 지난달 대비 7835원(9.66%) 인상된다고 설명했다. 보험료가 오른 사람과 내린 사람을 모두 합쳐서 통계를 낸 것이다. 그러니 막상 건보료가 인상되는 가구만 따로 추려놓고 보니, 인상폭이 5배가 넘었다.

이번에 지역가입자 건보료가 크게 오른 것은 지난해 부동산 인상 분이 반영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건보 가입자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나뉜다. 직장가입자는 오로지 소득에 대해서만 부과하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금융소득 등) 과 부동산(전월세 포함) 및 자동차에 대해서 건보료를 부과한다.

그런데 11월분 건보료부터는 지난해 연말 재산 소득이 반영됐다. 서울⋅경기는 물론이고 전국의 부동산값이 최근 2년 동안 큰폭으로 오르면서 건보료 상승은 어느정도 예측됐다. 문제는 올들어 전국의 부동산 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주택매매가격지수는 2020년 연말(12월) 95.2에서 104.6으로 9.4% 올랐지만, 10월 현재 103.1로 주저앉았다. 집값이 조정된 세종과 수도권 사정이 더 심하다. 10월 현재 세종시 주택매매가격 지수는 89.5로 지난해 고점(101)은 물론 2020년(97)과 비교해도 8% 넘게 빠졌다. 수도권은 같은 기간 94.0에서 106.1로 치솟았다가 10월 현재 103.1을 기록했다.

한국 부동산원 시도별 주택매매가격지수

여기에 올해 9월부터 피부양자를 유지할 수 있는 연 소득기준이 3400만원 이하에서 2000만원 이하로 강화되면서 많은 은퇴자가 지역가입자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보통 은퇴 후에는 직장을 다니는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해 건보료 부담을 줄이는데, 이번 개편으로 갑자기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세청 소득 파악과 지자체의 재산 파악 내역이 건보공단에 통보되는 시간 차를 고려하면 피부양자에서 탈락해서 건보료가 오르는 사례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보고 있다. 올해 은퇴한 김씨 사례처럼 서울 경기권에 부동산을 갖고 있지만, 퇴직하면서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경우에는 보험료 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한 지역 가입자는 “소득 위주로 보험료를 개편한다면서 편입시키더니, 재산 기준은 1년 마다 오른 기준으로 반영한다”라며 “무작정 인상하기 보다, 건보 재정 건전화를 위한 지출 구조 개선 노력부터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복지부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으로 지역 가입자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홍보해 왔지만 현실과 다르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건보 재산 과표는 직전해 공시 지가를 바탕으로 하다보니, 현재 부동산 가격을 반영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가입자들 사이에 불만이 생길 수 있다”라며 “소득 조건 강화로 피부양자에서 탈락돼 직장 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가 되는 인구가 20~30만명 정도 될 것으로 추산하는데, 이들도 불만이 클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재 건보 구조에서는 지출 구조를 개선한다고 해도,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복지부가 ‘열심히 개편 하면 보험료 안올려도 된다’고 말하지만, 인상 추세는 막을 수 없는 만큼 국민들에게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고 솔직하게 얘기하고 동의를 구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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