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웹 망원경이 발견한 ‘이산화황’, 주목되는 이유는?
인류 역사상 최강의 관측 능력을 지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지구에서 700광년 떨어진 별 주변을 도는 행성에서 ‘이산화황’을 처음 검출했다.
이산화황은 생명체의 존재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는 아니지만, 물질의 성질을 정확히 보여주는 분자 단위 이상의 기체를 우주망원경이 구분해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크다. 외계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 열쇠는 대기의 성분인데, 제임스 웹 망원경이 이를 이전보다 더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제임스 웹 망원경을 통한 조사 범위를 다른 행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NASA는 제임스 웹 망원경이 지구에서 700광년 떨어진 별 주변을 도는 ‘WASP-39b’라는 행성의 대기를 조사한 결과를 2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제임스 웹 망원경은 이 행성의 대기를 관찰해 원자는 물론 분자 단위의 성분과 화학적인 움직임을 조사했다. 앞서 허블 우주망원경도 WASP-39b를 관찰한 적이 있지만, 분자 이상 단위에서 이렇게 총체적인 관찰을 하기에는 성능이 역부족이었다.
물질은 분자 단위 이상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성질을 파악할 수 있는데, 그런 능력은 제임스 웹 망원경만 갖췄기 때문이다. 천문학계에서 제임스 웹 망원경의 전반적인 관측 성능은 허블망원경의 100배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제임스 웹 망원경의 관찰 결과, NASA는 이 행성의 대기에 이산화황(SO2)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산화황이 외계 행성의 대기에서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산화황은 별빛에 의한 ‘광화학 반응’에 의해 생긴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이런 일은 지구에서도 일어난다. 성층권에서 자외선을 막는 얇은 막인 오존층이 광화학 반응에 의해 생겨났다. 다만 지구에서 광화학 반응으로 오존층을 만드는 재료는 산소다.
이번 연구를 이끈 샹민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원은 NASA 공식 자료를 통해 “이번 관찰 임무가 앞으로 외계 행성 대기에 대한 우리의 이해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임스 웹 망원경은 WASP-39b의 대기를 관찰해 이산화황 뿐만 아니라 나트륨과 칼륨, 특히 수증기도 찾아냈다.
하지만 WASP-39b에 생명체가 살긴 어려울 것이란 게 과학계 평가다. 지구 생명체를 기준으로 봤을 때 이산화황은 산소처럼 생명체 존재를 직접적으로 뒷받침하는 기체는 아니다.
특히 연구진은 WASP-39b를 ‘뜨거운 토성’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고온의 거대 가스행성을 뜻한다. 실제로 이 행성은 중심 별과의 거리가 태양과 수성 거리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표면 온도가 900도에 이른다.
별에서 가까우면 방사선도 문제가 된다. 연구진은 “중심 별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외부 행성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외계 행성에서 이산화황이 발견된 게 중요한 건 이 기술을 통해 외계 행성의 대기가 어떤 기체로 구성됐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생명체의 존재와 직결되는 기체를 제임스 웹 망원경의 기술로 빠짐없이 잡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생명체 존재 가능성과 관련해 연구진은 “향후 덩치가 작은 암석 행성들의 대기를 탐사하는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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