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물이 없다"

권동준 2022. 11. 2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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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월.

SK하이닉스가 '물'을 얻기 위해 걸린 시간이다.

지난해 5월 SK하이닉스는 경기 용인시 공업용수 시설 구축 인허가를 요청했다.

용인 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반도체 경쟁력 강화, 기업 육성, 일자리 창출을 위해 조성하는 산업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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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월. SK하이닉스가 '물'을 얻기 위해 걸린 시간이다.

지난해 5월 SK하이닉스는 경기 용인시 공업용수 시설 구축 인허가를 요청했다. 120조원을 투자, 415만㎡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필요한 용수 공급을 위해서다. 용인 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반도체 경쟁력 강화, 기업 육성, 일자리 창출을 위해 조성하는 산업단지다. 그만큼 인허가 절차는 신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착각이었다. 인근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인 여주시의 이견에 가로막혔다. 용인 클러스터는 남한강 여주보에서 용수를 취수하는 만큼 여주시가 열쇠를 쥐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이달 21일 인허가 문제가 해결됐다. 겨우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의 9부 능선을 넘게 됐다.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인허가를 둘러싼 지난한 시간은 행정 규제가 기업 투자 발목을 잡은 대표 사례로 남을 것이다.

기업 투자가 규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사례는 허다하다. 명백한 공익이나 주민 이익 침해가 발생한다면 규제의 칼을 대는 건 당연하다. 시설 투자의 경우 환경·안전과 지역 주민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제라는 행정력을 특정 이득을 취하기 위한 수단으로의 활용에는 사회적 손실 비용이 너무 크다.

최근 반도체를 둘러싼 산업 지형을 보면 비용 부담은 국가적 차원으로 넘어간다. 지금까지 반도체 산업은 개별 기업 간 '경쟁'에 가까웠다. 중국 반도체 굴기와 미국의 견제 등 반도체 패권 다툼은 경쟁을 '전쟁'으로 격상시켰다. 경쟁 주체도 기업에서 국가로 격상됐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이 여러 지원법을 앞세워 반도체 육성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총성 없는 전쟁에서 승기를 잡지 않으면 국가 경쟁력이 위협받게 된다. 요즘 같은 글로벌 경기 침체 상황에서는 생존 문제와도 직결된다.

결국은 속도전이다. 메모리 시장 왕좌를 지켜 온 우리나라라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미국(마이크론)과 중국(YMTC)이 따라붙었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는 TSMC 등 선두 주자들이 하루가 멀다고 격차 벌리기에 나선다. 모두 해당 국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속도전에서 밀리는 양상이다. 지난 8월 국민의힘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반도체특위)'가 발의한 '한국형 칩스법'(반도체산업경쟁력산업경쟁력강화법)은 국회에 4개월째 묶여 있다. 시설 투자에 대한 대규모 세제 혜택을 대폭 강화하고 인허가 신속 처리 근거도 마련한 법이다. 업계에서는 오매불망 통과를 기다리지만 여야 갈등에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 이번엔 행정뿐만 아니라 입법마저 산업 육성을 가로막았다.

기업에 필요한 물은 단순 공업용수만이 아니다. 생존 경쟁에 필요한 모든 것이 물이다. 반도체 경쟁력 확보의 발목을 잡는 이들은 기업이 어떤 물을 원하는지, 목이 얼마나 마른지 돌아봐야 한다. 지금까지 외쳐 온 '반도체 초격차 전략'이 공염불에 그칠까 우려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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