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바다에서 나온 ‘보물’ 고려청자들, 한자리에 모인다
벼루·향로·매병 등 수중발굴 고려청자 선보여
충남 태안 인근 바다에서 수중발굴로 나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 고려청자들이 한자리에서 공개된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25일부터 태안해양유물전시관(충남 태안군)에서 주제전 ‘신출귀물(新出貴物), 태안 바다의 고려청자’를 내년 6월 25일까지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주제전에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지난 2007~2010년에 충남 태안군 대섬과 마도 해역에서 수중발굴한 유물 2만9000여 점 가운데 보물로 지정된 12~13세기의 고려청자들이 ‘신출귀물’(새로 나와서 매우 드물고 귀한 물건)이란 이름으로 선보인다.
청자로 제작된 벼루 가운데 지금까지 유일한 두꺼비 모양인 ‘청자 퇴화문 두꺼비모양 벼루’는 지난 2007년 고려시대 고선박인 ‘태안선’ 발굴 당시 바다 속에서 발견됐다. 두꺼비가 머리를 들고 다리를 웅크리고 있는 모습으로, 흰색·검은색 반점이 선명하고 먹을 가는 부분(연당)에는 알 모양이 음각돼 있다. 퇴화문은 물에 갠 흙을 붓으로 바른뒤 그림·무늬를 그리거나 새기는 도자 기법을 말한다. 태안선은 1131년 지금의 강진 지역에서 만든 도자기를 싣고 개경으로 향하다 태안 앞바다에서 난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시대 청자의 한 종류인 매병의 용도를 비로소 알 수 있게 해 학술적으로도 귀중한 유물인 매병과 죽찰들도 전시된다. 연꽃 줄기 무늬를 음각으로 새긴 ‘청자 음각 연화절지무늬 매병 및 죽찰’과 표면을 6개 면으로 나눈뒤 국화와 모란·버드나무·갈대·대나무·황촉규 등을 상감기법으로 장식한 ‘청자 상감 국화모란유로죽무늬 매병 및 죽찰’이다.
매병과 함께 발견된 죽찰은 종이 대신에 글자 기록용으로 활용된 나무 조각(목간)의 하나로 글자가 쓰인 대나무 조각을 말한다. 이 매병들과 함께 발견된 죽찰에는 화물인 매병의 수취자와 내용물 등이 기록돼 있다. 기록된 내용물은 꿀, 참기름으로 확인됐다. 고려청자 매병의 용도가 당시 꿀이나 참기름을 담았던 것으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자 유일하다. 매병과 죽찰은 지난 2010년 마도2호선 발굴 당시 확인됐다.
사자 모양의 뚜껑을 가진 ‘청자 사자형뚜껑 향로’ 한 쌍도 출품된다. 두꺼비모양 벼루와 함께 태안선 발굴 당시 나온 것으로 세 개의 발이 달린 몸체와 뚜껑으로 구성된 향로다. 사자는 매서운 눈매와 날카로운 이빨을 갖고 있으며, 입을 벌린 채 앞발로 보배로운 구슬(보주)을 쥐고 앉은 모습이다. 자유분방하게 표현한 해학적 조형미가 두드러지는 향로다. 두 향로는 크기와 모양은 흡사하지만 색상은 물론 수염의 유무 등에서 차이가 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우리 연구소가 직접 수중에서 발굴한 보물 고려청자들은 개별적으로 공개돼왔으나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라며 “청자들의 역사적·학술적 가치와 함께 수중발굴과 해양문화유산의 의미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라고 밝혔다.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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