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인권 월드컵

김인구 기자 2022. 11. 2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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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월드컵 B조 조별리그 잉글랜드-이란전이 열린 21일(한국시간)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는 상징적인 퍼포먼스가 잇따라 펼쳐졌다.

카타르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가혹한 환경에 처한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문제가 수차례 지적됐다.

AP통신은 "FIFA가 2022 카타르월드컵과 관련해 지난 4년 동안 총 75억 달러(약 10조1000억 원)의 기록적인 수익을 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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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구 체육부장

2022 카타르월드컵 B조 조별리그 잉글랜드-이란전이 열린 21일(한국시간)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는 상징적인 퍼포먼스가 잇따라 펼쳐졌다. 경기 전 국가가 연주되는 순서에 이란 선수들이 이례적으로 입을 다물고 국가를 따라부르지 않았다. 고국에서 번져가는 반정부 항의 시위에 대한 연대의 의미였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한 여대생이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체포, 구금됐다가 사망해 반정부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다음엔 잉글랜드가 정치적 메시지를 띄웠다. 킥오프 직전 해리 케인을 비롯한 선수들이 일제히 잔디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개최국 카타르의 이주노동자와 성 소수자 인권 탄압에 대한 반대의 의미였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무릎 꿇기는 2016년 미국프로풋볼 선수 콜린 캐퍼닉이 경기 전 국가가 울려 퍼질 때 무릎을 꿇은 채 국민의례를 거부한 데서 비롯됐다. 영국 BBC는 월드컵 개막식을 주력 채널에서 생중계하지 않고 온라인 서비스로 대신했다. TV 진행자로 활동 중인 축구 스타 게리 리네커는 “이번 대회는 역사상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월드컵”이라고 꼬집었다.

카타르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가혹한 환경에 처한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문제가 수차례 지적됐다. 국제앰네스티 등은 월드컵 인프라 건설 등에 투입된 이주노동자들의 착취 실태를 고발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2010년 카타르의 월드컵 유치 이후 카타르에서 이주노동자 6700여 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해 충격을 줬다.

이에 국제축구연맹(FIFA)은 카타르를 둘러싼 비판에 반박하며 “축구에만 집중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인생의 교훈을 주고 싶지는 않지만, 여기서 벌어지는 일은 매우 부당하다. 유럽인들이 지난 3000년 동안 해온 것을 생각하면… 유럽이 카타르를 비판할 자격은 없다”며 카타르를 옹호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을 통해 FIFA가 천문학적인 수익을 내는 점을 감안하면 이 말이 곧이곧대로 들리지는 않는다. AP통신은 “FIFA가 2022 카타르월드컵과 관련해 지난 4년 동안 총 75억 달러(약 10조1000억 원)의 기록적인 수익을 냈다”고 전했다. 이는 2018 러시아월드컵보다 약 1조5000억 원이 늘어난 수치다.

결국 이야기는 ‘스포츠워싱(Sportswashing)’으로 연결된다. 스포츠워싱이란, 국가나 단체가 스포츠맨십이 주는 감동을 이용해 인권탄압 등 부정적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시도를 뜻한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아담 샤르프 교수팀의 연구 결과처럼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대형 국제 스포츠 경기가 권위주의 국가에서 더 많이 열리고 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실제로 2008년 이래 중국이 올림픽을 두 번(2008, 2022년) 개최했고, 러시아가 올림픽(2014년)과 월드컵(2018년)을 열었다. 미국 매체 포브스에 의하면 카타르는 이번 대회를 위해 2290억 달러(약 308조 원)를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290만 명의 작은 나라이지만 막대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영향력을 키우려는 의지의 일환일 것이다. 돈이 인권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건전한 몸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무엇보다 월드컵은 즐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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