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빗나간 기자 행세와 도어스테핑 본질

2022. 11. 2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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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정치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국가에서 정치나 언론이 가진 말의 힘은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만 한다.

그런 면에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시작된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회견)은 정치와 언론과 국민 모두에 유익하고 진일보한 일이다.

또, 적잖은 언론 매체가 정치적 진영 논리에 매몰돼 있고, 일부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때문에 감정이 쌓였던 것도 원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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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언론과 정치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너무 가까워도 안 되고, 너무 멀어도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존재다. 무엇보다, 언론과 정치는 영향력을 가진 권력 기구라는 점이고, 특히 민주국가에서 그 권력은 물리적 수단이 아닌 ‘말의 힘’에 기반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더 중요한 점은, 이들이 가진 권력과 말의 힘은 자신들이 아니라 사회적 이익을 위해 부여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권력을 정치나 언론이 전유하게 되면 억압적이고 반민주적인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국가에서 정치나 언론이 가진 말의 힘은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만 한다.

정치는 언론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고, 언론은 정치를 국민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 과정에서 언론은 국민을 대신해 정치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정치와 언론은 각자의 목적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도 하지만 갈등 관계에 있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때로는 어느 정도의 갈등이 국가와 국민에게 이익이 되기도 한다.

대통령이 언론과 접촉하는 행위들도 정권이나 언론을 위한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시작된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회견)은 정치와 언론과 국민 모두에 유익하고 진일보한 일이다.

그렇다고 형식과 절차가 완전히 무시돼도 좋다는 건 아니다. 자연스럽게 행해지는 도어스테핑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질의·응답 과정에서 상호 존중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인한 오해를 막기 위해 백 브리핑을 하는 경우도 많다. 오랜 도어스테핑 역사를 가진 선진국들이 윤리적 의식과 관례를 중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대통령실 로비에서 벌어진 소동은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로 볼 수도 있다. 또, 적잖은 언론 매체가 정치적 진영 논리에 매몰돼 있고, 일부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때문에 감정이 쌓였던 것도 원인이었을 것이다. 대통령 등 뒤에다 대고 따지듯 고함치는 기자의 모습에서, 오랜 기간 막강한 권력기관으로 행세해 온 일부 언론의 빗나간 권위 의식이 엿보이기도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통령실이나 언론 모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소동을 벌인 기자의 태도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바로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대통령실 역시 잘했다고 보기 어렵다. 법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도어스테핑 같은 공적 커뮤니케이션 제도들은 정부가 하고 싶으면 하는 전유물이 아니다. 언론 역시 주체가 될 수 없긴 마찬가지다. 국민을 위해 만든 제도의 주인은 당연히 국민이다.

이런 감정적 대립은 정치와 언론 모두 공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의 이해에만 매몰된 권력 기구들 간의 패권 다툼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정치인은 ‘언론의 무차별 공격을 견뎌내는 인내심’에서 나온다. 마찬가지로 좋은 언론은 스스로 권력화하지 않으려는 자기 절제의 토대 위에서 가능하다. 지금 이 갈등은 인내심과 자정 능력이 실종된 우리 정치와 언론의 현주소를 생생히 보여준다. 모두의 각성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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