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인데 총파업이라니"…산업계, 물류대란 '초비상'

신건웅 기자 권혜정 기자 구교운 기자 2022. 11. 2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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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5개월만에 또 파업…車·철강·시멘트업계 등 피해 우려
경제계 "파업 철회해야…화물연대 집단이기주의 비판받을 것"
경기 의왕시 의왕ICD제2터미널에 화물차들이 운행하고 있다. 2022.11.22/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권혜정 구교운 기자 = 화물연대가 5개월 만에 또다시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산업계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지난 파업 때처럼 전국적인 물류대란이 가시화하면 대규모 피해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파업에 앞서 재고를 추가 확보하는 등 대비했지만 국내 물류가 막히면 부품 수급 문제는 물론 수출까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수출기업과 물류 비중이 큰 시멘트·철강·자동차 업계의 피해가 우려된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 고물가와 고금리에 물류대란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5개월만에 또…파업에 기업도 초긴장

23일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 및 일몰 폐지를 주장하며 24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지난 6월 파업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당시 파업으로 철강업계 1조1500억원, 석유화학업계 5000억원, 자동차업계 2571억원 등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파업을 앞두고 산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주요 수출기업들만 하더라도 파업이 길어지면 피해를 면하기 어렵다. 물류대란으로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공장이 멈추고 제품 공급은 물론 수출도 막힐 수 있다.

특히 앞선 파업 때 큰 피해를 입었던 완성차 업계는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완성차 업계는 지난 6월 화물연대가 현대차와 기아 공장 등 완성차 업계를 볼모로 잡고 부품 납입을 중단하면서 5000대가 넘는 생산차질을 겪은 바 있다.

완성된 신차를 실어 나르는 탁송차들도 멈춰서면서 현대차와 기아는 차량 출고에도 애를 먹었다. 국내 사업본부 일반 직원들을 공장으로 파견해 공장에서 직접 차를 빼내는 '로드 탁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화물연대 파업의 구체적인 방향 등이 제시되지 않아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만일 사태가 장기화돼 부품 납입이 중단되거나 차량 탁송 등이 멈춰설 경우에는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찬가지로 피해가 컸던 철강업계 역시 화물연대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철강 운송이 막히면 건설현장과 제조업체까지 줄줄이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피해가 커진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철강업계는 육로 대신 해상이나 철도를 통해 일부 제품 운송을 추진할 계획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재 출하지연은 공장 운영에 큰 타격을 준다"며 "(장기화되면) 생산량을 줄여야 하고 고객사 공장 가동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안양시의 한 레미콘 공장에서 레미콘 차량들이 멈춰서 있다.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지난 6월 파업 당시 1000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던 시멘트업계도 화물연대 파업예고에 초긴장 상태다. 파업으로 BCT(벌크시멘트트레일러)라는 특수 운반차량이 멈춰버리면 대체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생산된 시멘트는 선박, 열차, BCT 등 수단으로 운반되는데 선박·열차로는 중간기지까지만 운반할 수 있고 레미콘(회반죽)공장, 건설현장 등 최종 목적지까지 운반할 수 있는 수단은 BCT 차량밖에 없다. BCT가 멈추면 출하가 중단돼 생산된 시멘트가 쌓이고, 저장공간이 부족해지면 공장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 BCT 3000여대 중 화물연대 소속은 1000여대다. 화물연대에 속하지 않더라도 파업에 동조해 운송 중단에 참여하거나 화물연대 소속 차주들의 운송 방해로 운송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 지난 6월 파업 때도 출하량이 90% 가까이 줄었다. 업계는 합산 피해액에 총 1060억원인 것으로 집계했다.

타이어 업계 역시 화물연대 파업에 피해를 우려했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등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항만까지 타이어를 운송하지 못해 피해가 발생했었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수출 물량 컨테이너를 실어야 하는 부산신항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평소 출하 물량 대비 30~50% 수준의 출하만을 진행한 바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화물연대가 또다시 총파업에 나설 경우 물류 운송에 당연히 차질이 빚어질 수박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화물연대 비조합원, 화물연대 조합원이지만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조합원들을 최대한 활용해 타이어를 운송하는 대책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만운영사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비해 컨테이너 반입기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컨테이너 재고 비축에 나섰다. HMM은 이번주부터 부산신항 컨테이너터미널의 컨테이너 반입기간을 선박 입항 '3일 전'에서 '7일 전'으로 늘렸다.

경기 의왕시 의왕ICD제1터미널에 화물차들이 운행하고 있다. 2022.11.22/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 경기침체·고물가·고금리, 물류대란까지…"파업 철회해야"

산업계는 안 그래도 글로벌 경기침체와 고물가, 고금리로 어려운 상황에서 물류 대란까지 겹치면 한국 경제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며 파업철회를 촉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침체로 산업계가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에서 물류대란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파업 철회를 강하게 요구했다.

경제 6개 단체는 공동성명서를 통해 "이미 6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로 자동차, 철강 등 주요 국가기간산업이 1주일 넘게 마비되고 일부 중소기업들은 수출물품을 운송하지 못해 미래 수출계약이 파기되는 등 수출현장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면서 "수출기업과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화물연대의 집단이기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은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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