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상인 짐싸라” 또 화합 금가는 화개장터

김정훈 기자 2022. 11. 2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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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 화개장터. 하동군 제공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의 장옥 입점자 선정에서 또다시 호남지역 상인들이 배제돼 ‘영호남 화합의 장’이라는 상징성이 퇴색되고 있다. 논란이 일자 하동군은 뒤늦게 호남지역 상인들을 입점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하동군은 지난 17일 ‘화개장터 장옥 입점자 모집 공고’를 내고 입점 자격을 1∼3년 이상 군 거주자로 제한했다. 공고에 따르면 농특산물·먹거리 분야는 3년 이상 하동군에 거주한 자로 제한했다. 체험·기념품·잡화·대장간·엿장수 분야도 1년 이상 하동군 거주자만 신청할 수 있다.

하동군은 24일까지 입주자를 모집한 뒤 다음달 5일 추첨을 해서 선정할 예정이다. 하동군은 장터가 군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설인 데다 지역민들의 생계를 우선 반영해야 한다는 상인들의 입장 등을 반영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입점 자격 제한으로 수십 년간 장사해 온 호남 상인들이 퇴출당할 위기에 놓였다. 화개장터 장옥 내 점포는 74곳 중 3곳이 호남 상인이 입점해 있다.

3년마다 화개장터 장옥 입점자 모집 공고를 내온 하동군은 2016년과 2019년에도 입점 자격을 하동 거주자로 제한했다가 논란이 일었다. 이에 하동군은 화개장터에 ‘호남장옥’이라는 이름으로 전남 광양시 거주자와 구례군 거주자에 각각 2개와 1개의 점포를 배정한 바 있다. 두 지역 화합을 위해 호남 지역 상인들도 가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총 74곳의 점포 중 호남 상인에 배정되는 점포는 단 한 곳도 없다. 입점 자격이 강화되면서 점포를 비워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화개장터의 호남 상인들은 화합의 상징성이 퇴색되지 않도록 계속 장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군에 요청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지한 하동참여자치연대 공동대표는 “화개장터는 영호남 화합의 장이라는 이미지로 운영되기 때문에 많은 국민이 찾아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이번 일이 오히려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어 “하동·광양·구례 지역민들이 참여하는 공론화의 틀을 마련해 어떻게 하면 영원한 화합을 표방하는 화개장터로 나갈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지역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하동군민의 먹고사는 것과 영호남 화합의 장소라는 상징성이 부딛히는 만큼 풀기가 쉽지 않지만 영호남 주민들이 상생할 수 있는 공감대를 통해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동군은 뒤늦게 화개장터가 영호남 화합의 장이라는 점을 고려해 호남 상인이 입점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동군 관계자는 “군의 시설물을 군 거주자 기준으로 운영하는 것은 어느 지자체나 마찬가지”라며 “하동군민 등 영호남이 상생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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