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마크롱 입니다”...일촉즉발때 성대모사 전화에 깜빡 속은 폴란드대통령

한재범 기자(jbhan@mk.co.kr) 2022. 11. 2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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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3일(현지시간)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어폰을 통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출처=AP·연합뉴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사칭한 러시아인에 속아 통화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2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DPA 통신에 따르면 이 러시아인은 지난 15일 두다 대통령을 속여 한 통화를 러시아 영상 사이트인 ‘루튜브’에 올렸다. 마크롱 대통령을 사칭한 러시아인은 일부러 프랑스어 억양을 흉내낸 것으로 전해졌다.

통화가 이뤄진 시점은 폴란드 동부 우크라이나 국경지역에 러시아제 미사일이 떨어져 전세계에 긴장이 고조된 직후였다. 이 사건이 러시아의 공격으로 판정될 시 나토 집단방위 조약이 발동돼 서방과 러시아가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크게 우려되던 상황이었다.

두다 대통령은 7분 30초간 이어진 통화에서 나토 조약 4조 발동 가능성을 언급했다. 나토 조약 4조는 나토 회원국의 영토 보전,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가 위협받을 경우 언제든 상호 협의를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다만 러시아와의 정면 충돌에 대해선 분명한 반대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를 하던 러시아인이 “러시아와 나토간 갈등 고조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떼자 두다 대통령은 “에마뉘엘, 내가 러시아와의 전쟁을 원한다고 생각합니까”라고 되묻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와의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라며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주요 인물을 사칭해 다른 지도자들을 속여 온 러시아 코미디언 보반(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과 넥서스(알렉세이 스톨랴로프)가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3년 전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인 척하면서 전화한 적이 있으며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영국 가수 엘튼 존도 속인 바 있다.

폴란드 대통령실도 이날 통화 사실을 인정했으며, 이들이 대통령의 연락처를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경위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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